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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4당 합의 선거제 개편안,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어렵사리 합의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의당 소속의 심상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과 3당 간사는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개편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산정방식이 난수표처럼 복잡한데다 지역구 감소가 예상되는 의원들 반발이 커 속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중 각 당 추인 절차를 마치는대로 패스트트랙 지정에 들어간다는 게 정개특위 방침이나 그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실제 여야 4당이 합의한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의석 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 우선 비례 의석의 50%를 각 당 지역구 당선자 수와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한다. 나머지는 지금처럼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나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정당별로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은 다시 각 당의 권역별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등을 고려해 배분하게 된다. 끝으로 여기에 석패율 제도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세부 산식(算式)은 따로 만든다지만 웬만한 유권자는 자신의 표가 어떻게 반영되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은 승자독식 폐해와 사표를 줄여 민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당이 합의안은 이같은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편안이 지나치게 복잡해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각 당의 이해가 맞물려 헤집어 뜯다 보니 어정쩡한 형태의 연동형 제도가 되고 만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국민들은 복잡한 계산 방식을 다 알 필요가 없다”는 심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번 개편안은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이해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하나 하나 알기 쉽게 풀어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협조을 당부하는 것이 정치인의 상식이고 도리다. 하지만 제도는 우리가 알아서 만들테니 국민들은 투표나 하라는 말이 아닌가. 참으로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여야 4당이 합의 했지만 각 당의 속사정은 그리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바른미래당은 연동률을 100% 적용하지 않는다는데대한 불만이, 민주평화당은 호남 지역구 축소를 둘러싼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논의에서 빠진 한국당은 ‘사즉생’의 각오로 법안 저지에 나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패스트트랙에 올린다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선거제도 개편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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