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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외신기자 실명 비난하다 역풍 맞은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표현한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난 논평이 되레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받아치는 성명을 낸 것이다. 외신기자클럽은 세계 100여 곳 언론사 소속 기자 5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민주당의 논평을 반박하고 철회까지 요구했으니 큰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블룸버그 기사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서 인용한 것이 매우 못마땅할 것이다. 그런다고 게재된 지 6개월이나 지난 기사를 그동안 아무 말도 않다가 뒤늦게 문제 삼는 바람에 공연한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외신기자 성명에서 기자 개인의 신변을 위협하는 듯한 민주당 논평에 강한 유감과 우려를 표시한 것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성명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기사와 관련한 의문이나 불만이 있으면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반론을 제기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기사를 쓰는 것은 물론 기자다. 하지만 그 내용과 방향은 각 언론사 보도 지침과 철학에 따라 내부 조율을 거친 뒤 정해진다. 민주당도 그런 언론 보도의 기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언급은 없이 기사를 쓴 특정 기자를 적시하며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물론 ‘매국 기자’로 매도한 것에 대한 아무런 기준과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자로 채용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둥,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썼다”는 둥 하면서 개인의 신상 험담까지 늘어놓았다. 집권 여당의 논평이라고 믿기 어려운 가볍고 유치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언론 비판에서 자유로운 대상은 어디에도 없다. 국가 원수가 아니라 더한 신분이라도 비판의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을 ‘사기꾼’이니, ‘거짓말쟁이’니 하며 공격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을 보호하고자 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그게 지나치면 역효과만 생기는 것이다. 이번 일이 딱 그런 경우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이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엄연히도 보장돼 있다. 이번 파동은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현 정권과 여당인 민주당이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점에서 실망과 충격이 더 크다. 조금 더 의연하고 성숙한 여당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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