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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기업가]“화성에 식민지”…끝 모를 상상력의 미래 설계자, 일론 머스크
세기의 천재일까, 희대의 사기꾼일까.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모터스(이하 테슬라)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태양광 패널업체 솔라시티의 회장인 일론 머스크(Elon Muskㆍ48).
그는 지난해 9월 7일 한 코미디언의 생방송 팟캐스트쇼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마리화나를 받아 피웠다. 그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여파는 스페이스X에도 미쳤다. 미국 국방부가 머스크가 가진 ‘비밀취급인가’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미 언론에서 나왔다. 스페이스X는 미 국방부 협력 기업이기 때문에 머스크가 당국으로부터 얻었던 ‘비밀취급인가’가 그의 마리화나 흡연으로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8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주식 시장이 발칵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EC는 머스크로부터 벌금을 내고 독립적 이사회 감시를 받겠다는 약속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나, 지난달 19일 그는 또다시 설화를 일으켰다. “우리는 2011년 0대의 차량을 만들었지만 2019년에는 50만대 가까운 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SEC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머스크를 법정 모독으로 제재해줄 것을 요청했다.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발언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테슬라는 2014년 이후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혁신가와 사기꾼 사이. 최종적인 평가는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머스크의 원대한 꿈의 실현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20대에 일찍이 거대한 부와 성공을 이룬, 천재와 혁신가로서 머스크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인류의 화성 이주 계획’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거대한 성공’을 이룬 ‘괴짜’
1990년대 중반, 20대 두 청년이 미국을 횡단하는 장거리 자동차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인터넷의 발달을 주시하면서 웹상에서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당시는 기업들이 인터넷의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했고, 웹사이트를 만들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모를 때였다.
이들은 1995년 인터넷을 기반으로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체 ‘집투’를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동생 킴벌이 사업가로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다.
어릴 적 머스크는 무례한 ‘괴짜’로 통했다. 하루 10시간이나 책을 읽었다. 백과사전 두 질을 섭렵하기도 했다.
지구 멸망에 대비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의 씨앗도 이때 읽은 만화책이 뿌렸다. 읽은 것은 모두 기억했고, 똑똑한 척 한다고 아이들에게 따돌림도 당했다. 옆에서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어머니 메이는 “머스크는 자기 뇌로 들어가 다른 세계를 본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12살에 ‘블라스타’라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했지만, 게임방을 차리려는 시도가 무산되자 이 게임을 500달러에 팔았다. 아버지가 투자하고 두 형제가 벌인 ‘집투’ 사업은 창업 4년 만에 컴퓨터 제조업체 컴팩에 팔렸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2200만 달러(약 245억원)를 챙겨 28살에 백만장자가 됐다. 곧바로 온라인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은행산업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식에 ‘엑스닷컴’을 만들었다. 세콰이어 캐피탈 소속의 유명한 투자가 마이크 모리츠가 엑스닷컴에 투자했다. 엑스닷컴은 경쟁사였던 콘피니티를 인수ㆍ합병(M&A)하면서 그들의 이메일 결제서비스인 ‘페이팔’도 함께 가져왔다. 합병에 성공하자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등 재정 후원자들이 1억 달러를 투자했고, 엑스닷컴의 고객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머스크는 엑스닷컴의 사명을 ‘페이팔’로 바꿨다. 2002년 이를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넘겼다.

▶위험 무릅쓰는 벤처사업가…‘로켓ㆍ우주여행’ 도전
두번의 사업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머스크는 어린 시절의 꿈을 되새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웹사이트에 들어갔지만 화성 탐사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찾을 수 없었다.
머스크는 ‘화성 이주재단’을 세웠다. 인류가 지구만 고집할 경우, 멸종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 대금을 스페이스X에 1억 달러, 테슬라에 7000만 달러, 솔라시티에 1000만 달러씩 각각 투자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벤처사업에서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는 인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설립한 그의 세번째 회사다. 화성 이주 계획으로의 첫발이었다. 그는 우주산업의 장애물이 로켓이라고 결론내리고, 발사 비용 파악을 위해 러시아로 갔다. 러시아 사람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로켓을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으면 채산성이 맞을 듯 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실패를 거듭했다. 3번의 발사 실패 끝에 2008년 로켓 팰컨1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실은 드래곤 우주선을 도킹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스페이스X가 ISS를 향해 발사한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이 8일 대서양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이로써 민간 유인우주선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여기까지 오는데 17년이 걸렸다”며 “올 연말에는 사람을 우주에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혁신기업 vs 파산 위기’…끊이지 않는 논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테슬라는 그가 2003년 설립한 회사다. 테슬라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08년 스포츠카 형식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선보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번 충전으로 약 320㎞를 운행할 수 있는 로드스터는 초기에 예상을 깨고 1000대가 넘게 팔렸다. 이후 모델S, 모델D, 모델X 등 다양한 차종을 출시했다. 테슬라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2015년과 2016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2014년에는 테슬라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우리의 진정한 경쟁은 소량 생산되는 테슬라 이외의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 휘발유 차량”이라며 “선의를 갖고 우리 기술을 이용하려는 누구에게도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태양광 제조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패널 사업에 뛰어들었다. 솔라시티의 주력사업은 무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장기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는 것이다. 기존 전기료 보다 싼 덕에 솔라시티는 짧은 기간 안에 미국 제2의 태양광 발전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창립 이래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46억 달러(약 5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사의 기본인 양산 최적화를 간과해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 간 테슬라가 생산한 자동차 대수는 34만대로, 현대차그룹이 2017년 한해 생산한 차량(788만9545대)의 5%도 안된다.

▶ ‘화성 식민지의 꿈’, 거대한 거짓말?
머스크는 2022년부터 스페이스X 우주선을 이용해 누구나 화성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탄소섬유로 우주선을 만들고, 팰컨9 로켓으로 다단계 발사체를 만들어 발사한 뒤 우주선에 탑재된 태양광 패널을 동력원으로 사용해 화성까지 비행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초기 여행비를 1인당 20만 달러(약 2억2600만원)로 추산했고,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민지를 건설하기까지 40~10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엔진을 사용할 수 없는 우주 식민지에서 전기차 테슬라를 운송수단으로 이용하고, 솔라시티의 태양광 기술을 바탕으로 그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머스크는 “화성으로의 여행은 믿기지 않는 도전이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스페이스X는 100년 안에 약 100만명의 지구인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화성 개척 계획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머스크의 화성 개척 계획에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법, 세부 운영방안, 정부 공식 승인 등이 결여돼 있다”며 “공상과학소설 같은 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도 “화성에 가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고, 그러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혁신가와 사기꾼 사이,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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