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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미세먼지보험’ 가능한가
파란하늘을 이렇게 그리워 한 적이 있었나. 봄이 시작되자 마자 세상은 회색 먼지로 가득했다. 미세먼지 수준이 지난 3월 1일부터 7일까지 연속으로 최악 수준이 되면서 비상저감조치도 연속으로 발령되었다. 휴대폰은 매일 반갑지않은 미세먼지 긴급 메시지로 진동했다. 전 국민은 우울과 짜증을 오가면서 적의 공습을 피하듯 건물 속으로 숨었다. 마스크가 스마트폰처럼 외출시 필수 휴대품이 되었다.

지금 정부는 미세먼지의 진원지로 생각되는 중국과의 공동 대응을 준비중이며 국내 주범인 노후 화력발전소와 디젤차량 등에 대한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 3월 13일 국회에서 미세먼저 대책법안도 통과되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이런 사전적인 대응과 함께 사후적인 미세먼지 피해 보상에 대해서도 논의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사후적 대응방안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민영보험을 고려할 수 있다. 발 빠른 한 손해보험회사가 이미 ‘미세먼지 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상품은 ’미세먼지의 피해‘를 보상한다기 보다는 호흡기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건강보험이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야기한 피해를 보상하는 ’미세먼지보험‘은 아직 없다. 사실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제대로 된 미세먼지보험을 민영시장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먼저 손해 발생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생한 질병 원인이 미세먼지인지 다른 원인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미세먼지로 인한 손해 금액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몸에서 잠복하다가 나중에야 발병하는 ‘롱테일’ 특성이 있어 피해 정도를 측정하기가 상당히 난해하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 신뢰성있는 보험료 책정이 당장은 불가능하다. 물론 보장 기간을 짧게하고 보상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하는 미니보험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미세보험이 보험회사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미세먼지는 일시에 수십만명이 피해를 입는 재해적 특성이 있어 사회보험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 풍수보험이나 고용보험과 같이 정부가 주도하면 된다. 다만 손해 금액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파라메트릭(parametric) 보험이 이상적이다. 파라메트릭보험이란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보상하는 보험이다. 예를 들면 특정지역에 미세먼지가 ‘100이며 초미세먼지가 50 이상인 날이 7일 이상 지속’되면 무조건 보상하도록 설계하면 된다. 이 경우 손해 원인을 파악하거나 손해 정도를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기술적으로 미세먼지보험을 사회보험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사회보험이니 미세먼지에 취약한 아동이나 노인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야 하는데 보험료는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정교한 보험료 계산은 내버려두고라도 빠듯한 살림에 미세먼지 보험료까지 내야한다면 반가워 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보험료는 국가재정으로 충당하가나 매우 저렴하게 책정되어야 이 사회보험이 정착할 수 있을 게다. 이 경우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보다 국민은 이렇게 반문할 지 않을까. “우선 미세먼지를 확 줄여야지 보험이 왜 필요한가요?” 그렇다.

현재 시점에서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파악한 후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미세먼지보험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질적 도입은 시기상조다. 물론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언젠가는 미세먼지보험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보험이 등장하는 날이 오기 보다는 미세먼지 없는 파란하늘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두손 모아 기대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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