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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자영업 공화국의 허상…첫번째 이야기

  • 기사입력 2019-02-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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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만5000명. 올 1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5.4%(2017년 기준)에 달한다. 콜롬비아, 그리스, 터키, 브라질, 멕시코, 칠레에 이어 OECD 국가 중 7번째다. 흔히 비교 대상으로 놓는 일본(10.4%)보다도 2배가 높다.

24만3454개. 국내 전체 가맹점 숫자다(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말 기준 가맹산업 현황). 가맹점이 24만개를 돌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 중 편의점(4만170개)과 치킨 가맹점(2만4602개)이 4분의 1을 차지한다. ‘자영업 공화국’이다. 안정된 일자리, 쪼들리지 않게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월급봉투, 편안한 노후를 원하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은 냉혹한 현실 앞에 산산히 무너진다.

숫자를 더 보자. 금융감독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자영업자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20%는 연 10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 국민총소득(GNI)에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수준이다. ‘2017년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면 숙박ㆍ음식점의 경우 1년 생존율이 61%에 불과하다. 암울한 숫자는 계속된다. 전 금융권(대부업체 제외)에서 자영업자들이 빌린 금융부채는 432조2063억원(2018년 말 기준)에 달한다. 3년 새 134조988억원이 늘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서민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 거절 비율은 64%가 넘는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바로 지금 우리 이웃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다. 천정부지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 2년 연속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주휴수당에 어쩔수 없이 ‘사장놈’으로 밀려난 이들이 또 다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자영업도 피라미드 계층이다. 상위 10%는 걱정없다. 맨 아래쪽에 있는 60%가 넘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주휴수당을 온 몸으로 겪고 있다. 내가 일을 더 해도 손에 쥐는 돈의 무게는 쪼그라든다. 이는 다시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영향을 준다. 알바 쪼개기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작년 7월 한화투자증권 김일구 애널리스트는 ‘GDP 유감’이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줄 뒷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게 현실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공장이 밀집한 충북 진천의 한 읍에서 겪은 일이다. 김치찌개집을 하는 한 70대 촌부는 “바쁜 데 사람 쓰는게 어떠세요?”라는 지인의 말에 “최저임금이 올라서...요즘엔 저녁에만 아르바이트 아줌마 하나 써”라고 했단다. 70대 촌부의 입에서까지 최저임금이라는 단어가 나올 지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 루크테피우스는 ‘만물의 본성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누군가에는 음식인 것이 남에게는 쓰디쓴 독이다”고 했다. 급격한 최저 임금인상은 그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줄 뒷쪽에 있는 사람들에겐 독이다. 줄 뒷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독이 되는 정책은 그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정의로운 정책일 수 없다. 

한석희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장 hani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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