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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용증가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제조업 위기의 원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조사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41개국 `제조업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국제 비교`를 보면 오늘날 우리 제조업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09년 연 7%로 5위의 우등국가였지만, 2010~2017년에는 연 2.8% 28위의 보통학생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2009년 대비 2017년 1인당 노동생산성면에서 한국은 24.4% 증가했지만 중국은 93.1%나 올랐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심지어 제조업 성숙도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일본마저 38.1%나 증가했다. 그게 우리 제조업 경쟁력의 현주소다.

한국의 낮은 생산성 증가율은 단위노동비용(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노동비용) 급상승의 결과다. 이 기간중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19.3%에 달했다. 반면 대만은 불과 1.5% 상승하는데 그쳤고 싱가포르는 오히려 16.0%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무려 마이너스 33.4%다. 임금이 내려갔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같은 임금으로도 훨씬 많은 생산을 해냈다.

더 명백한 통계도 있다. 2010~2017년 41개국 제조업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1.7%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은 2002~2009년만해도 연 0.8%에 불과하던 상승률이 이 기간중 2.2%로 글로벌 추세와는 정반대의 역주행을 했다. 한국 빼고는 중국과 인도뿐이다. 아마도 2년여에 걸친 최저임금의 과속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전격실시를 감안해 최근 3년간의 생산성과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을 따져본다면 혀를 내두를 결과가 나올게 분명하다.

뭐니뭐니해도 수출위주 개방경제인 우리경제의 선도산업은 제조업이다. 그 제조업이 단위노동비용의 급상승에 생산성의 발목을 잡혔다. 제조업 경쟁력 적신호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올라간 노동비용을 끌어내리는게 적신호 해소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이미 올린 임금을 내릴 수는 없다. 유일한 길은 노동유연성의 제고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과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유연근로시간제가 생산성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세계 경제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경기지표는 모두 내리막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경쟁력 저하는 곧바로 생존의 문제가 된다. “제조업 경쟁력 제고는 우리 경제의 생존 문제”라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 차짓 소도 잃고 고칠 외양간마저 무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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