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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퇴로’(退路)가 없다

  • 기사입력 2019-02-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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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노동정책은 쏟아졌지만 노동유연성은 없다.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

얼마 전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에게 요즘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노동 경직성’을 바로 거론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내놓은 각종 노동정책에 숨가쁠 정도라고 한다. ‘쉬운 채용과 해고’가 있어야 전체 고용량도 늘어나는 데 출구격인 노동유연성이 없으니 기업들은 선뜻 채용을 늘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실은 ‘1월 취업자 증가 1만9000명’이라는 일자리 참사로 이어졌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대비 소득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 17.7% 감소ㆍ상위 20% 가구 10.4% 증가’라는 소득 양극화를 불러왔다. 일자리 정부와 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한 정부에서 나타난 아이러니한 성적표다.

정부가 한방향으로 몰아갈 뿐 ‘퇴로’(退路)는 좀처럼 열어주지 않는 상황들은 여럿이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ㆍ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선 2년 간 30%나 오른 최저임금을 내년엔 ‘동결’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인상 방향에 대한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숨쉴 ‘퇴로’를 원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 부담을 민간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카드사들을 압박해 편의점 수수료를 낮추고, 가맹점 본사에는 사실상 무상지원인 가맹점 최저 수익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편의점을 비롯한 중소형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대신 대형가맹점에 수수료를 높이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힘겨루기가 제휴카드 중단 등으로 나타나며 소비자들이 되려 피해를 입을 상황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일자리 창출ㆍ투자확대에 앞장서라는 주문은 상시적이다. 최근엔 국민연금을 통한 배당확대 요구까지 거세다. 2018년 사업연도 상장기업 배당금이 30조원을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당장의 배당보다는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가 더 급할 수 있다. 남양유업 사례처럼 배당을 확대하면 되려 대주주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경기 침체로 현금유동성이 절실한데도 배당부터 늘리라는 주문에 기업들은 더욱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법인세가 높아졌고(22%→25%), 글로벌 경제 위기속에 반도체ㆍ자동차ㆍ철강 등 주력 업종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숨통을 터줄 규제개혁은 여전히 더디다. 국회엔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죌 각종 규제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민 관심도가 높은 부동산 또한 퇴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 정부들어 평균 1.5개월 주기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올초부터 단독주택ㆍ토지ㆍ공동주택 등 공시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집값은 떨어졌지만 거래는 실종됐다. 대출은 막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거래가 막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선진국처럼 부동산 거래세(취득세ㆍ양도세)라도 낮춰달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손자병법에는 ‘적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퇴각로를 터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적은 성급히 공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퇴로가 막힌 적군이 거세게 공격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이념 실현에 매몰된 ‘마이웨이식’ 정책들이 이어진다면 시장은 알아서 살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거기서 터져 나온다. 지난 2년을 복기해보면 정책 역효과에 대비한 스마트한 ‘플랜-B’는 보이지 않았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기 마련이다. 

권남근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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