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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개편 혼선]공 넘겨받는 국회…‘최저임금 차등적용 타당’ 입장
차관급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의회 공식자료
업종별 차등적용 ‘타당’…“영세 사업장 보호 필요, 지역별 달라”


[사진=OECD 주요 회원국 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실증 분석한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나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양건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11월 말 최저임금 차등화를 의무로 규정한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 제출했다. 검토보고서에는 업종ㆍ규모ㆍ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9건의 최저임금 차등화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법률안 검토보고서는 안건심사에 활용되는 의회의 공식자료다. 국회법은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기 48시간 전 의원들에게 검토보고서를 배부하도록 하고 있다. 각 상임위에 배속된 수석전문위원은 차관보급으로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등과 함께 중립ㆍ객관적인 입장에서 법안을 분석해 내용의 타당성 여부, 문제점 등을 검토보고서에 담는다. 이번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김 수석전문위원은 환노위에서만 13년 넘게 일한 환경ㆍ노동 전문가이다.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기준 농림어업의 경우 42.8%, 숙박음식업은 34.4%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문수석위원은 이 수치를 근거로 “사업주 지불능력과 1인당 부가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어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대응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2019년의 최저임금미만율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의 현실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별 생산성이나 자본-노동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자원배분상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중상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52.8%로 26개 회원국 중 11위를 기록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와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하면 순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규모별 차등적용도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저임금위원회 분석 자료를 보면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영향률은 38.9%, 최저임금미만율은 33.7%로 집계됐다. 소규모 생계형 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고, 법정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4인이하 사업장의 사용자는 규모가 영세하고 경영지표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 비해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반드시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지어 의견이 분분했던 지역별 차등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공개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쌀 20kg의 최고가는 서울(5만7287원)이었다. 반면 최저가는 제주(4만8748원)으로 두 도시 간 약 17.5% 차이가 났다. 이 외에 지방공공요금, 외식비, 농축산물 등 분야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컸다. 지역생계비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지역소비지표 역시 지역간 차이가 컸다. 2016년도 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광역권 간 지역소비는 최대 1.08(수도권)에서 최소 0.83(전라ㆍ제주)으로 약 30%의 차이를 보였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근로자의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지역별 물가가 다를 경우, 최저임금액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체의 경영지표도 지역별로 상이해 사업주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봤다. 다만 1일 생활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별 차등적용은 낙후지역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국회와 정부 간 의견대립이 발생한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차등적용이 바람직하지 않고, 불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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