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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명 부동산’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대법관들 이색질문
-부동산 실명제 위반했는데도 땅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 공개변론
-주심 조희대 대법관 “실명제 따르지 않는 소유주 보호할 필요 있나” 지적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부동산 실명제를 따르지 않는 실소유주를 사회가 끝까지 보호해줄 필요가 있습니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악법을 왜 계속 민법학자들이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조희대 대법관은 20일 ‘명의신탁’ 부동산을 실 소유주가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건 공개변론에서 이같이 질의했다. 실 소유주가 명의자를 상대로 ‘부동산 등기를 이전해달라’며 낸 소송이다. 이 사건 주심인 조 대법관은 “국민들은 도박이나 성매매보다 법원이 부동산 분야를 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의신탁 부동산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명의만 이전시킨 것을 말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 실명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대법원은 2002년부터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민법상 실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해왔다. 법조계에서는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나 탈세를 목적으로 법을 어기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차명 소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부당한 권리관계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민법상 ‘불법원인 급여’ 규정에 따라 실소유자가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조 대법관은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명의신탁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비판하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써 무효”라고 한 적이 있다.

실소유주에게 등기를 이전해야 한다는 원고 측 참고인 송오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입법취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며 “1995년 부동산 실명법이 만들어질 때 다양한 명의신탁에 대해 고민했고, 그때만 해도 명의신탁을 하는 게 세금 측면에서 불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상 재산권보장과 사적자치 원칙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신탁자의 재산과 신탁자의 채권자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부동산은 실소유주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다른 참고인인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벌금ㆍ징역형을 통해 일정한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실소유자 소유권을 박탈하는 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의자도 부동산 차명 보유에 어느 정도 가담했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이득을 보게 하는 것은 도덕관념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유숙 대법관은 명의자가 농지경작 대가를 실 소유주에게 지급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등기 명의자가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피고 측 참고인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태도를 탓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의 불법성이 더 큰 지 보면 신탁자의 불법성이 더 크다”라며 “대법원은 탈법수단으로 악용되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의신탁을 불법으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질문도 나왔다. 박상옥 대법관은 “명의신탁은 불법이라는 판례가 나온다면 이를 피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이뤄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오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법률행위로써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소유권을 돌려주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본다”라면서 “명의수탁자가 반환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이 됐는데도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건 우리가 막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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