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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보다 러·중을 더 신뢰”…유럽,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
뮌헨 안보회의서 ‘불편한 관계’
러와 가스사업 등 정책 대립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이자 대서양 동맹의 한 축인 독일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미국과 유럽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시대’가 지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이 다자간 이익을 도모하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다자주의에서 자국주의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외교와 무역, 에너지 등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의에서 미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사업 비판, 이란 핵협상 탈퇴, 시리아 철군 등을 정면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럽의 지도자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판은 자제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두가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들은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도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미국에 반기를 들면서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은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독일과 미국 관계를 오랫동안 분석해 온 칼 카이저는 NYT를 통해 “트럼프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와 독일인의 대다수가 현재 미국보다 러시아와 중국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정계 일각에서는 느슨해지고 있는 유럽과의 연대를 회복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인사들은 유럽 달래기에나섰다.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등에서 총 50명이 넘는 미국 의원들이 참석했다. 진 쉐힌 상원의원은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와 대서양 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유럽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왔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도 유럽과 미국의 동맹을 지지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바이든은 “내가 보는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등을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면) 우린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럽과의 동맹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서양 동맹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관계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노버트 뢰트겐 독일 의회 대외관계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인이 아니라, 각 나라들이 다자주의에서 벗어나 막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의 동맹이 취약해진 틈을 타 러시아와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 마샬 펀드 유럽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잔 테쇼 디렉터는 “현재 미국은 강대국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안보보장이 더이상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들은 전략적 공간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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