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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사우디 석유전쟁…고래싸움에 등터지는 韓 정유업계
美, 연내 최대산유국 등극 유력
사우디는 아람코로 시장지키기
국내업계 마진율 개선 기대 ‘뚝’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을 발판으로 미국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생산확대에 나서면서 가격경쟁력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국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240만배럴, 내년에는 하루 1320만배럴을 기록해 사상최대 기록을 연속으로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00년대 내내 일일 평균 500만배럴 수준이었으나, ‘셰일 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처음 1000만배럴을 넘었다. 아직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 중 미국이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정제마진율을 높여 미국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주로 휘발유 등 경질유) 생산 및 수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석유제품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은 미국 외 국가 정유업종의 주가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1분기에는 유가 반등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있지만, 문제는 투자 매력을 결정짓는 마진율의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과거 정유업종의 주가는 유가 하락시 재고관련 손실을 우려해 ‘유가하락=매도’ 공식을 따르는 ‘유가 투자자’보다는, 공급 측면에서의 마진율 개선을 주목해 ‘유가하락=매수’ 공식을 따르는 ‘마진 투자자’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유가 급락 국면 이후 주가도 함께 하락추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진 투자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산 원유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휘발유 공급량 확대로 인해 마진율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제마진은 적정 범위 바닥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불구, 정유업종의 주가는 주가순자산(PBR)로 계산했을 때 2015~2019년 중상단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까지도 적정 정제마진 수준까지 반등하지 못한다면 주가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정유사들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1%나 감소한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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