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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특허보호도 일감 몰아주기라면 누가 기술개발하겠나
특허와 같은 독점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불가피한 계열사간 일부 거래에대해 과세를 면제해주려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예외조항’이 7일 국무회의 심의단계에서 삭제됐다. 법제처 심사, 부처협의 등을 거치면서 기존대로 과세 범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상속ㆍ증여세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대주주 일가 지분이 3% 이상인 관계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매출액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을 넘으면 지배주주가 증여세를 내야한다. 법 자체의 목적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특허와 같이 독점적인 기술보호를 위해 계열사간 거래가 불가피한 경우다. 이미 국회에서도 그 불가피성을 인정,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려면 해당 회사나 대주주 일가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술 비밀과 노하우까지 통째로 넘어갈 수도 있다. 매각이나 지분정리가 여의치 않다. 심지어 증여세 과세를 피해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상에서도 기술적 특성을 감안한 계열사간 거래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관계법간에 충돌이 있는 것이다. 기재부가 ‘수혜법인이 규격·품질 등 기술적 특성상 전후방 연관관계가 있는 특수관계법인과 불가피하게 부품·소재 등을 거래한 매출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세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런데도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추진되던 기재부의 이런 방침은 공정위의 반발에 부딪쳐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물론 완전히 백지화 된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공정위 의견을 반영해 특허 보유에 따른 거래 실태조사 등 현황 분석을 거쳐 보완된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처간 정책협의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정책방향이 확정되어 공개되기 이전에 협의는 끝나야 한다. 이번의 예외인정 또는 면제조항은 이미 한달전에 방향이 정해진듯 발표됐다. 국무회의의 절차만 남은 듯 보였지만 당일에야 뒤집힌 사실이 알려졌다.

기재부가 공정위와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점은 중요치 않다. 줄듯하다 거둬감으로써 처음부터 아니함만 못하게 된게 문제다. 기업들의 상실감은 그만큼 크다. 정부가 기업 기를 살리겠다며 여러 행보를 펼쳤지만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은 앞으로 더욱 세차게 나올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기술보호까지 일감 몰아주기라면 도대체 누가 기술을 개발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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