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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 ‘곰- 2부, 왕의 몰락’, 인간을 향한 곰의 비참한 절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의 두 번째 이야기 ‘왕의 몰락’이 지난 4일 추석 연휴기간 안방을 찾았다.

1부 ‘곰의 땅’을 통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곰의 세계를 알렸던 다큐 ‘곰’. 2부 ‘왕의 몰락’에서는 환경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인간들에 의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판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신화의 주인공으로 숭배 받던 곰들이 서커스 곰, 웅담 곰 등으로 전락하게 된 잔인한 역사와 비참한 현실을 낱낱이 담아냈다.

독특한 외모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판다는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습성 때문에 세상에 공개된 지도 200년이 채 안 되었다. 판다는 다른 곰들과는 달리 손가락이 6개이며 동면을 하지 않고 번식률이 매우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부터 특징까지 모두 독특하지만 판다 역시 다른 곰들과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고산지대에서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판다에게 이상기후와 서식지 파괴는 생존에 커다란 위험이 되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뒤늦게 세계 유일 판다 서식지인 스찬에 제주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보호 구역과 연구 기지가 설립했고,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며 판다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판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인간에 의해 곰의 운명이 좌우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었다.

1년의 마지막 날, 사람들이 곰으로 변하는 유럽의 작은 도시의 모습도 담겼다. 바로 루마니아의 코머네슈티.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신의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긴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곰 축제는 악운을 날리고 새해의 행운을 빈다는 의미였다. 이들의 조상들에게 곰은 힘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곰을 숭배하는 러시아 소수민족들의 삶이 공개되기도 했다. 자신들의 형제인 곰을 위한 축제를 즐기는 한티족과 드넓은 툰드라의 주인은 곰이라고 여기는 네네츠 유목민, 그리고 생존을 위해 곰을 사냥해야 하지만 곰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엄격한 제례를 동반한다는 우데게족까지,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순응하고 존중하며 곰과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모습을 전했다.

또, 3만 6천 년 전 인간의 곰 숭배 흔적이 발견된 프랑스 쇼베 동굴과 베른과 베를린 등 곰을 어원으로 발전한 유럽 주요 도시들의 이름까지, 유럽에 남은 많은 곰 숭배의 흔적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절대 종교의 시대가 열리면서 곰이 멸종과 학대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담으며 잔인한 곰 몰락의 역사를 낱낱이 보여주었다.

여전히 유럽에 서커스 곰이 남아있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프랑스 서커스 곰 발랑땡과 러시아 배우 곰 스테판이 소개되었다. 유럽 내에서도 서커스 곰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채우고 공연하는 발랑땡의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의 배우 곰 스테판의 주인인 판텔레옌코 부부. 이들은 스테판과 한 집에 살며, 맹수인 곰을 마치 자식처럼 온 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웠던 부부는 스테판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는 노인이 되어 이빨도 모두 빠지고 걸음도 잘 걷지 못 하는 스테판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부부는 스테판의 아들인 시몬도 키우고 있었다. 늙은 스테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어린 시몬을 훈련시키는 부부의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었다.

유럽에 서커스 곰이 있다면 아시아에는 웅담 곰이 있었다. 웅담 거래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웅담의 효능에 대한 아시아 지역의 맹목적인 과신으로 공공연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베트남 웅담 곰들의 현실은 너무도 잔인했다. 좁고 더러운 철창 안에 갇힌 채 감염과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며 죽을 때까지 웅담을 뽑혀야 하는 곰들의 삶. 그리고 두 앞발을 잃은 채 구조된 웅담 곰 하이찬의 모습도 담겼다. 곰의 앞발을 넣고 담근 술이 인기 있기 때문이라는 너무도 끔찍한 이유였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사육 곰 문제 또한 암담했다. 한때 웅담 최대 소비국이라는 부끄러운 명예를 가진 대한민국. 여전히 600여 마리의 사육 곰들이 남아 있다. 정부의 장려로 시작된 곰 수입과 사육 사업. 하지만 1993년 국제협약에 가입하며 국내 웅담 거래와 사육이 금지 되었다. 수입해 온 곰들은 우리나라 지리산 반달곰과는 다른 교배종이기 때문에 생태 교란 우려의 문제로 자연에 풀어놓을 수도 없다.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하는 곰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부 ‘공존의 꿈’의 예고편도 공개되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과 교통사고를 당하는 곰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2부를 통해 제기된 ‘인간과 곰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해답을 찾아갈 것이다.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 3부, 공존의 꿈’은 2월 11일 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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