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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시대 요구 못따라가는 공공도서관
얼마 전, 한 TED강연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도서관의 미래’라는 주제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교사의 강연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책을 분류·배치·대출해주는 전통적인 사서일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나 오디오 디자인, 필름메이킹 등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는 도서관의 기능이 책을 통해 지식을 흡수하는 곳에서 이젠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메이커스페이스로 변하고 있는 도서관의 사례를 보여줬다. 그 중 인상적인 게 로버트슨이라는 100세 노인의 얘기였다. 노인은 도서관에서 컴퓨터 기초지식을 배운 뒤, 살아온 100년의 얘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고 DVD로 제작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10대 소녀 새라의 얘기도 공감이 갔다. 새라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창작물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했다. 그 교사는 아이들이 3D프린터로 인형이나 장난감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전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내에도 누구나 아이디어를 직접 실제 물건으로 제작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가 전국에 수십곳 운영중이다. 이런 메이커스페이스에선 3D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CNC 등 제작에 필요한 기기 다루기를 알려주는 팹랩(FabLab)을 운영중인데, 요즘 만들기를 좋아하는 젊은층에 인기다.

이런 팹랩과 메이커스페이스가 선진국의 경우, 지역 공공도서관이 그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음을 이 TED강연은 보여준 것이다.

선진국은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 공공도서관을 메이커스페이스로 활용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유아부터 초등, 중고등학생, 일반인 등 이용자 층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재료비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 원하는 물건을 3D프린터로 출력해 가져갈 수 있는데, 장난감 로봇은 물론 의수처럼 정밀한 물건까지 가능하다. 개인이 갖추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를 공공으로 이용하고, 제조 기술까지 배우는 도서관의 역할이 새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이란 동시대 사람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기술 배우기의 장으로 사실 그만이다. 기술 변화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꺼번에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익혀야 하지만 현재 우리는 학교현장에서조차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도 최근 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광진정보도서관 등 두,세 곳 정도가 시범 운영중이다. 3D프린터, 3D펜, 레이저커팅기 등을 갖추고 있지만 대상과 인원이 극히 한정적이어서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지난 주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표한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1곳 당 방문자 수가 2013년 33만1813명에서 2017년에는 26만1103명으로 급감했다. 도서관 1곳당 대출도서수도 같은 기간 15만1313권에서 12만1528권으로 크게 줄었다. 정부는 공공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닌 생활밀착형 소통과 체험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400여개 더 늘리겠다고 한다. 도서관이 많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시대의 요구에 잘 부응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윤미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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