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삼시세끼라는 식문화는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에 의하면 삼시세끼 식문화는 산업화의 생활패턴에 의해 정착된 것이라고 한다. 그는 하루에 세 끼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인류로 보면 100년 정도밖에 안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경우는 50년 쯤 된 식문화라는 것.
식문화는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류가 사냥을 해 끼니를 해결하던 시대에는 하루 한 끼가 보통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농업이 주업이었던 시대에도 하루 두 끼를 먹는 게 보통이었다는 건, 그만큼 우리네 인류가 꽤 오랜 기간 ‘공복의 시대’를 살아왔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노동 강도가 높은 농번기에 세 끼를 먹기도 했다는 사실은 노동과 식문화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 몸이 대체로 적게 먹어도 견뎌낼 수 있게 적응하며 진화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건 지금의 도시인들이 갖고 있는 노동환경이다. 과연 우리는 삼시세끼를 먹어야할 만큼의 노동 강도를 겪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거의 대부분이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며 하루를 보내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해야 할 정도로 몸을 놀리는 일이 많지 않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양과잉상태’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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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의 식문화는 주부들의 측면에서 보면 그 자체가 중대한 노동이기도 하다. 나영석 PD가 만든 <삼시세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 하루 세끼를 챙기는 노동이 만만찮다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리가 느린 출연자들은 한 끼를 먹고 나면 다음 끼를 바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예능적인 웃음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삼시세끼는 밥만 해먹어도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릴 수 있는 노동의 양일 수 있다.
하루 두 끼의 식문화는 여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영양 과잉된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더 채우려는 욕망을 덜기 위해서도, 또 그걸 챙기느라 소진되는 노동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추구될 가치가 있다는 것. 양을 줄일수록 삶의 질은 좋아질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