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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출신 CEO가 타지 출신보다 멀리 본다”
홍콩중문대 경영대학원 美상장사 2000명 조사
세금 더내고 공헌 더하고…기회주의 행동 안해
스펙중시 땐 단기 효과, 평판도 봐야 지속가능

[123RF]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기업들은 가장 능력 있는 CEO를 영입하기 위해 면밀히 다면평가하고, 치열한 헤드헌팅 경쟁도 한다. 리더가 기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입된 몇몇 리더는 단기적인 이윤 창출에만 능한 경우도 있다. 장사 하루 이틀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전에만 능한 CEO는 ‘빛좋은 개살구’로 불린다.

지속가능한 경영 성과 즉, 기업의 이익과 커뮤니티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CEO가 더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장기플랜의 수립과 이행 능력면에서 회사가 있는 지역, 나라 출신의 CEO가 타지 출신 보다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홍콩 중문대(CUHK) 경영대학원 회계학부의 조지 양(George Yang) 부교수 연구팀은 21일 ‘동(東)으로 가나 서(西)로 가나 고향이 최고: 현지 출신 CEO가 덜 근시안적인가?(East, West, Home‘s Best: Are Local CEOs Less Myopic?)’라는 조사 논문을 통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양 교수는 라이슈팡 남방과기대 교수, 리쩡취안 상하이재경대 회계학부 교수와의 협력연구를 통해 “금전적 인센티브가 단기적인 결정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회 문화적 요소도 기업에 재정 부담을 덜 지우면서 이와 같은 효과를 강화하도록 활용될 수 있다”고 운을 떼면서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CEO의 고려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지역 애착도, 밀착도가 사업결정에 유리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S&P 1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을 살펴보고 2000명 이상의 CEO를 관찰했다.

경영적 근시안은 잠재 수익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구 개발 비용을 삭감하는 경향으로 측정했다. 또, 연구진은 금융 지표 전망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R&D 지출을 삭감하는 경향 역시 부가 자료로 채택했다.

실증적 연구결과, 현지 출신 CEO는 수익 감소나 금융 지표 전망 충족을 위해 R&D 지출을 삭감할 가능성이 낮았다. 현지 출신 CEO가 R&D 지출을 삭감할 가능성은 타지 출신 CEO에 비해 14.6% 낮았다.

CEO자신의 은퇴가 임박할 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 강화돼 현지출신과 타지 출신간 격차는 16.9%에 달했다.

현실적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고, R&D 지출을 삭감하면 수익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 R&D 지출을 삭감한 CEO는 현지 출신이 타지 출신보다 25.5%나 낮았다.

납세와 사회공헌를 통해 지역 공동체에 혜택을 주는 경우도 현지출신이 많았다.

연구결과 현지 출신 CEO가 이끄는 기업이 타지 출신 CEO가 이끄는 기업에 비해 해당 기업이 설립된 주에 7.3% 더 높은 세금을 지불했다. 즉 현지 출신 CEO는 환경, 공동체, 고용 개선 면에서 사회적으로 책임을 질 용의가 더 많았다.

양 교수는 나아가,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평판’을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평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면 CEO는 근시일 내의 성공에 제한적으로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조작하고 근시안적인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스펙’ 중심의 CEO 영입 문화를 경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구 이동성이 낮고 사회적 자본이 많은 지역일 때, 종교 조직, 시민 단체나 사회 단체, 정치 조직 등을 통해 지역 주민 사이의 유대가 강화될 때, 현지 출신 CEO가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일 경향이 낮았다는 점도 밝혔다.

연구진은 CEO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경계하고, 사회 연결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을 좋게 평가했다.

양교수는 “지역 단위에서는 더 긴밀한 사회적 유대가 형성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이 생긴다. 따라서 현지 출신 CEO는 장기적 평판을 훨씬 더 염두에 두게 되고 그 결과 근시안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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