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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 아니면 도’ 손혜원식 전투…‘여의도 문법’과 180도 달라
‘탈당=책임’ 연결고리 자르고
나경원·박지원 등 전선 넓혀

매입 순수성 입증 자신감 표출
일부선 ‘물귀신 작전’ 시각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랐다. 아니, 확연히 구별됐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에 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180도 달랐다. 각종 의혹 당사자가 되고, 코너에 몰리면서 여의도 정가에 ‘블랙홀’을 형성했던 기존 정치인(국회의원)들은 대개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하며, 백의종군을 외쳤다. 여야 쟁점을 넘어 정국을 강타한 이슈 당사자들에겐 이것이 ‘공식’이었고, 일종의 ‘여의도 문법’이었다.

하지만 브랜드ㆍ마케팅 전문가인 손혜원 의원은 이런 패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탈당이 아니라고 했고, 자신과 관련한 기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의혹에 대한 태도를 바꿨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공격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도 작심발언을 퍼부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21일 손 의원의 지난 20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쏟아낸 것은 이 때문이다. 야당은 일제히 “손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 여당은 이와 관련해 침묵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손 의원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순수성을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손 의원의 ‘물귀신 작전’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손 의원의 기자회견 풍경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여의도식 문법에 따른다면 정반대로 행동했어야 했다. 위기에 부딪히면 전선을 좁히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손 의원은 전선을 넓히며 이곳저곳에서 국지전을 예고했다. 나경원, 박지원 의원 그리고 보도를 한 각종 언론을 향해 손 의원은 ‘한판 붙자’고 했다.

붙는 방식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손 의원은 ‘베팅(bettingㆍ도박)’을 택했다. 자신은 전재산ㆍ의원직에 이어 목숨까지 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는 무엇을 걸 것이냐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에서 손 의원은 스스로 “여의도 문법을 따르면 손혜원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일단 ‘탈당=책임’이라는 연결고리를 잘랐다. 손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당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싸우고자 나간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이어 “(이겨서) 돌아오겠다”고 했다. 옆에는 홍 원내대표가 동석했다. 탈당이 손 의원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상징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브랜드 전문가인 손 의원이 본인만의 ‘프레임(구도)’ 짜기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베팅 제안도 의혹을 방어해야 하는 국면을 ‘대결구도’로 변화시키려는 방법 아니냐고 의심했다. 일각에서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오히려 나서서 일부러 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손 의원은 21일 ‘손혜원식 행보’를 계속했다. 손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일정대로 소화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의혹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은 한다. 영향받을 일 없다”며 “그것(빙상계 의혹)도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임위는 떠났지만, 이 문제는 계속하려고 한다”며 “빙상계 사람들과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손 의원은 앞서 차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상황에서도 “심석희 선수와 빙상적폐가 잊힐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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