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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고교생, 인디언 퇴역군인 모욕 파문
‘美 다시 위대하게’ 모자 쓰고 조롱
“트럼프정부서 품위 썩어가는 신호”
CNN 영상 소개…비판 여론 들끓어


미국의 한 카톨릭 고교 학생들이 인디언 참전용사를 ‘조롱’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학생들이 베트남 참전용사이자 인디언 인권운동가인 나단 필립스 씨를 둘러싸고 면전에서 조롱하는 영상을 소개하며, 이 영상이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8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광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MAGA가 새겨신 빨간 모자를 쓴 남학생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인디언 의식을 치르고 있는 필립스 씨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는 한 고등학생이 필립스 씨를 마치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영상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의 앞에서 ’장벽을 건설하라’라고 구호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 속 고등학생들은 미국 켄터키주 소재 코빙턴 가톨릭고교 소속으로, 링컨기념관 광장에서 낙태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가 인디언 인권 옹호 집회를 하던 참가자들과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 씨는 이튿날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 길로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지만 모자를 쓴 남자가 내 길을 가로막아서 내가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디언 인권 집회를 조직한 대런 톰슨 씨는 성명에서 “이것은 토착민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무례함에 대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인권운동가이자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보고 울었다”고 말했고,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학생들의 행동이 끔찍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인디언계인 민주당 소속 뎁 하얼랜드 하원의원은 “필립스는 미국을 위해 목숨을 마쳤던 인물”이라면서 “학생들이 드러낸 증오와 무례, 편견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상식과 품위가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회 청원 플랫폼인 ‘change.org’에서는 수 천명의 사람들이 코빙턴 카톨릭 고교 교장의 사퇴를 포함한 학교의 ‘변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동의했다.

학교와 카톨릭 교구는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학생들의 행동은 용서될 수 없다”면서 “퇴학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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