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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급매 없나” 문의 계속, 강남아파트 ‘겉은 잠잠, 속은 기싸움 팽팽…’
거래절벽 속 ‘급매’ 노크 이어져
최근 급매 나왔던 아파트 중심
매도자·매수자 기싸움 속, 긴장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 밀집 지역. 아직 거래가 활발하진 않아 한산하다. [사진=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16억7000만원까지 떨어지면 사겠다고 하던데…”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J부동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두 손바닥을 나란히 합친 크기의 수첩 2~3페이지에 빼곡히 써놓은 이름과 연락처를 보여주며 “급매 나오면 연락 달라는 사람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단지 76.5㎡(이하 전용면적)의 매수 희망자 리스트다. 이 아파트 같은 크기는 9·13 대책 전 19억원 넘게 거래됐으나 지난해 12월 말 16억5000만원에 매매되기도 했다. 이건은 집주인 개인사정에 따른 급매물이어서 비슷한 가격대 매물이 더 이상 나오고 있진 않지만, 매수 희망자들은 비슷한 가격대로 나오면 연락 달라는 요청이 많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이 중개업소 바로 옆 J공인 대표는 “17억원 밑으로 내려가면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강남권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강남권 중개업소엔 요즘 조금이라도 더 싸게 강남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로부터 급매물 동향을 묻는 문의전화가 늘기 시작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아크로리버파크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물건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매수 희망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은 싸지 않아 거래는 잘 안된다”며 “급매가 없느냐는 문의만 많다”고 했다.

강남권 인기 단지는 집주인과 매수 희망자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더 이상 싸게 내놓지 않겠다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집주인과 좀 더 싸게 사려는 매수 희망자들 사이의 눈높이가 달라 아직 거래가 많진 않지만 긴장감은 팽팽하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이전보다 가격이 조금 낮아진 매물이 있긴 하지만 매수자들이 원하는 만큼은 아닌 듯하다”면서 “사실 기존 시세대비 10% 이상 싼 급매물은 못봤다”고 했다.

잠실주공5단지처럼 최근 급매물이 나왔던 곳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J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를 사겠다고 중개업소에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한 사람이 최근에도 무수하다”며 “이중 일부는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금을 들고 오겠다며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급매물이 생긴 단지에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건 인근 잠실동 ‘리센츠’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리센츠 84㎡(10층)는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거래된 같은 크기 아파트(13층)의 실거래(16억5000만원)와 3억원 차이가 난다. 인근 D공인은 “리센츠에서 증여로 추정되는 실거래가가 떠서 그 가격이 되면 연락 달라는 문의가 많다”며 “전용 84㎡를 59㎡ 가격에 원하는 건데, 그 정도까지 가격이 안 내려가니 사람들이 매수하지 못 한다”고 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급매물이 나와도 아직 매수자들이 적극 나서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잠실엘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급매 수준의 물건을 추천해도 ‘더 떨어지겠지’ 하면서 매수를 미루는 경우를 봤다”며 “아직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시각차이가 커서 당분간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강남권 아파트 단지 가운데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는 상황에서 급매가 늘어나는 곳도 있다. 지난해 9월 초, 18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는 최근 호가가 15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대치 S공인 관계자는 “버티지 못한 집주인 가운데 15억원 초반까지 내놓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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