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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김준형 칼럼니스트] 세상은 요지경
그리스 신화에 올림포스산이 있다면, 중국 신화에는 곤륜산이 있다. 곤륜산 역시 신과 신선들이 사는 신성한 땅이다. 중국의 서쪽 끝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 전설의 산에는 ‘서왕모’라는 여신이 살고 있었다. 원래 서왕모는 인간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그런데 죽음을 관장한다는 말은 삶을 관장한다는 말과 같다. 죽이지 않으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왕모에게는 불사약과 ‘선도(仙桃)’라는 복숭아가 있었다. 반도원(蟠桃園)에서 키우는 이 복숭아나무는 3000년 만에 꽃이 피고, 또 3000년 만에 열매를 맺는 아주 귀한 복숭아다. 이 선도를 먹으면 1만8000년을 살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선도를 먹으려고 욕심을 내었다.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 훔쳐 먹은 것이 이 선도이고, 손오공이 훔쳐 먹었다고 전해지는 복숭아가 바로 이 선도이다.

한편, 곤륜산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 매년 3월 3일이 되면, 서왕모는 천상의 신들과 지상의 훌륭한 신선을 모아 잔치를 벌였다. 이 잔치에는 반도원에서 갓 딴 선도 복숭아가 나왔기 때문에, 잔치를 ‘반도회’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잔치가 무척 즐겁고 버라이어티 했던 모양이다. 이 요지에서의 잔치 모습을 표현한 말이 바로 ‘요지경(瑤池景)’이다. 확대경을 장치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돌려보는 장난감을 ‘요지경(瑤池鏡)’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요지(瑤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같은 요지경이지만, 서왕모 잔치의 풍경에서는 ‘경치 경(景)’자가 쓰이고, 장난감에서는 ‘거울 경(鏡)’자가 쓰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거울 경(鏡)’자 요지경은 알쏭달쏭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에서 쓰인 요지경은 ‘거울 경(鏡)’자 요지경이다.

한해가 지나갔다. 지난 2018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시작은 잔치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국민들은 열광했고, 선수들의 투지에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특히 여자 컬링 팀의 선전에 ‘영미’라는 외침은 국민 유행어가 되었다.

남북 정상회담은 세 차례나 있었고, 남북한의 평화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다. 남북 합동 공연 ‘봄이 온다.’는 남과 북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통일이 멀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해 벽두에 터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에 이어서, 고양시 유류 저장고 화재사건, 종로의 고시원 화재사건, KT 아현지사 화재사건 등 대형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화재는 대형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태양열 발전소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불이 나고, 심지어는 달리는 자동차에도 불이 났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국민들은 더 답답했다. 해외 토픽에 나올 법한 기가 막히는 사고도 있었다. 상도동의 유치원 건물은 저절로 무너졌고, 일산에서는 온수관이 파열되어서 사람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강릉의 어느 펜션에서는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참변을 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사회에서는 갑질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서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PC방에서 사소한 갈등으로 사람을 난도질해서 살해하는 사건이 터졌고,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이 동급생에게 폭행당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하는 가슴 아픈 사건도 있었다. 경기가 나빠져,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줄을 이었고, 고용은 부진했으며, 분배지표는 악화되었다.

2018년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널 뛰듯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였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흘어 나왔다. 그런 정신없던 한해가 지나고, 2019년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올해는 걱정 없는 즐거운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온 국민의 잔치가 되기를 바란다. 제발 2019년은 ‘거울 경(鏡)’자 ‘요지경(瑤池鏡)’이 아니라, ‘경치 경(景)’자 ‘요지경(瑤池景)’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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