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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유튜브 ‘정치적 전능성’ 그리고 기성 정치의 실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만은 아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청와대 적자국채 발행 및 KT&G 사장 교체 지시 의혹 폭로, 그리고 한일 양국의 이른바 ‘레이더’ 갈등에 대한 우리 군의 국제사회 여론전에도 관통하고 있는 것이 있다. 유튜브다.

각각의 ‘대중적 위력’은 숫자로 실시간 가늠된다. 유튜브의 편리함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첫 방송을 한 TV홍카콜라는 7일 오전까지 구독자수가 약 22만, 최고인기동영상 조회수 47만을 기록했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같은날까지 조회수 197만명, 구독자수 49만명을 나타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동영상 2편의 합계 조회수는 46만이다. 국방부가 유튜브에 게시한 일본 군 주장 반박 한국어-영문판 동영상의 조회수는 합계 200만에 육박했다.

정치에서 유튜브라는 매체가 갖는 ‘전능성’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는 그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튜브가 거대 체제(관료사회)를 상대로 한 개인의 싸움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골리앗을 때려눕히는 다윗의 ‘돌’이 될 수 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TV홍카콜라’는 기존 정치권에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는 거물급 전ㆍ현 정치인들의 것이다. 유튜브가 좌우 ‘이데올로기전(戰)’의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더해 한일간 레이더 갈등에 대한 우리 국방부의 여론전은 유튜브가 한 나라의 문제 뿐 아니라 국가간 갈등에서도 매우 주요한 ‘전장’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개인과 체제의 싸움, 기존 정치세력간의 대결, 국제사회에서의 선전전이 모두 유튜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현재 가장 각광받는 매체로서 유튜브의 정치적 전능성의 이면은 ‘기성 정치와 제도의 실패’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기자회견이나 언론 제보 등의 전통적인 ‘내부고발’ ‘양심선언’의 형식을 벗어났다. 제1야당 현역 정치인의 개인방송이나 전직 장관의 현정부 정책 지지 방송은 정당이나 정부의 소통과 설득,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반영한다. 국방부의 여론전은 발빠른 조치라고 하더라도 이미 외교의 실패를 전제로 한다.

기성 정치와 제도의 실패가 유튜브 정치의 기폭제가 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유튜브 정치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지만, 기성 정치와 제도가 여전히 실패하는 한 ‘포퓰리즘’의 가장 위험한 발원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제 바깥에서 집권한 가장 최근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이 있을 것이다. 오성운동은 이탈리아의 시사풍자 코미디언인 베페 그릴로와 컴퓨터 공학자이자 웹전략가인 잔로베르토 카살레조가 2009년 발족한 대중운동이었다. 창립자인 베페 그릴로는 정치탄압으로 TV에서 사실상 퇴출된 후 이탈리아의 부패한 정치인과 제도를 공격하던 코미디언이자 열혈 블로거였다. 오성운동은 극우와 좌파적 지향이 혼재된 포퓰리즘 운동으로 평가된다. 블로그로 정치인들을 비판하던 ‘키보드 워리어’가 이탈리아 정치를 바꿔놓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좌도 우도 아닌 제3의 정치세력은 유튜브로부터 결성될지도 모른다. 정치권은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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