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담배, 피우면 더 스트레스…새해에도 피우실건가요?
- 흡연자 금연 결심, 작심삼일 대부분
- 니코틴 사라지면 스트레스 더 가중
-“궐련형 전자담배, 독성물질 그대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2019년, 금연 결심의 종을 울려라!’ 행사에서 시민들의 금연 기원 메시지가 ‘금연 결심의 문’에 걸려 있다. ’아빠,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도 보인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올해에는 꼭 담배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새해에 이런 결심을 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바로 금연이라고 흡연자들은 말한다.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풀려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겠다는 흡연자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몇 년 전부터 흡연자를 사로잡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배와 비교해 각종 유해물질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함유돼 있다. ‘좀 낫지 않을까’ 하는 흡연자가 있다면 궐련형 전자담배도 과감히 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금연이 아닌 단것 때문에 살쪄”=최근 몇 년간 담뱃값 인상, 금연 구역 확대,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면적 확대 등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시도가 잇따랐다. 흡연율도 크게 낮아졌다.

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19세 이상 흡연율(평생 담배 5갑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움)은 22.3%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최저치다. 남성 흡연율은 전년보다 2.6% 하락한 38.1%로 역시 역대 최저치다. 여성 흡연율은 6.0%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우리나라가 31%로 일본(30%)보다 1%포인트 높아 1위였다. 이처럼 흡연율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흡연에 대한 잘못된 오해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흡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고 믿지만, 담배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니코틴은 흡연 시 7초 이내에 뇌에 도달해 쾌감이 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돼, 순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단, 이러한 효과는 20~40분 후 사라져 니코틴을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 증상과 함께 흡연 충동이 동시에 온다.

이로 인해 니코틴 수치가 감소하게 되면 금단 증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지게 되고 흡연자들은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국내 성인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비교 연구 결과를 보면 보면 흡연자는 스트레스 인지 정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1.9배 이상 높고, 2주 이상의 지속된 우울 상태와 자살 생각도 각각 1.7배ㆍ2.0배 많았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랜 시간 피운 담배를 단번에 끊기란 쉽지 않다. 금연 시작 후 첫 일주일은 흡연 충동이 심하게 나타나는 시기”라며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중독성 질환으로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흡연자의 경우 체중 증가를 걱정해 금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니코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작용을 해, 금연을 하면 흡연할 때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돼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다. 금단 증상을 보상하기 위해 과자나 사탕을 즐기고, 식욕이 커져 음식을 이전보다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연을 하면 평균 2~3㎏ 정도 체중이 증가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식욕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되어 금연 뒤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몸무게를 핑계로 흡연을 지속하면 체중은 유지될지 몰라도 폐암을 비롯해 심장 질환, 뇌졸중, 성인병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져 건강 손실이 더 크다.

이에 대해 유진호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하면 입이 허전해지니 껌, 과자, 초콜릿 등 단것을 찾게 되는 사례가 다반사다”라며 ”체중 증가는 금연이 아니라, 칼로리가 높고 단것을 찾는 습관 탓이다. 흡연이 체중 증가보다 건강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해에 세운 금연 계획은 자칫 작심삼일이 될 수 있어 노력이 절실하다. 천 교수는 “금연에 성공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의료진과의 치료가 필요하고, 이후 1년 이상 금연 유지를 지속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금연 계획을 위해서는 흡연량을 서서히 줄이기보다는 한 번에 끊고, 껌ㆍ은단 복용, 산책 등 흡연을 대체할 만한 습관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2015년부터 금연 약물 치료에 건강보험이 지원되면서 흡연자는 누구나 보건소를 비롯한 병ㆍ의원에서 의료비 부담 없이 의료진에게 약물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니코틴 중독이 심해 외래를 통한 치료만으로 금연이 어려운 중증 흡연자는 병원의 입원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인 금연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벤젠 등 1급 발암물질”=이 같은 담배의 폐해를 걱정하는 흡연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것이 바로 궐련형 전자담배다. 담뱃잎을 가열해 연기가 아닌 기체 형태로 담뱃잎의 니코틴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궐련형 제조담배업체들은 기존 담배처럼 담뱃잎을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같은 인식에 ‘경고장’을 보냈다. 지난해 9월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 벤젠,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나 나왔다.

임민경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학과 교수(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은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여 종의 유해 화합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 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담뱃잎을 통으로 쓰기 때문에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담뱃잎에서 니코틴 성분만 뽑아 쓴다는 액상형과 달리 궐련형은 담뱃잎을 통째로 쪄서 만들기 때문에 독성이 그대로 살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기존 전자담배와 다른 제품인 만큼 따로 궐련형 전자담배 항목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의 분석 결과 등에 대해 업계 선두 주자인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분석 결과대로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