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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포도주(로맹 가리 지음, 장소미 옮김, 마음산책)=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했던 로맹 가리는 다양한 필명으로 평생 30여편의 장편소설을 썼지만 이 소설은 본명인 로만 카체프로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그의 생애 첫 장편소설임에도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 이 소설은 1992년 경매에 나와 2014년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 출판된다. 로맹 가리라는 필명을 갖기 전 20대 초반에 쓴 작품으로,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하는데 유머와 풍자로 가득하다. 어느 밤 주인공 튤립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철책을 넘어 공동묘지로 들어간다. 사람의 기척이라곤 일체 없는 곳에서 그는 관 뚜껑 위에 앉아 티격태격하는 노인들을 맞닥뜨린다. 그는 기겁해 공동묘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미로에 갇혀 허우적대며 온갖 해골들의 불평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게 된다. 폭압적인 경찰과 자유주의자, 적이지만 우정을 나눈 독일 병사와 프랑스 병사,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사제와 끊임없이 험담을 즐기는 수녀 등 튤립은 어느덧 그들의 얘기에 동화된다. 당차고 유머러스한 소설은 프랑수아 라블레, 니콜라이 고골, 에드거 앨런 포, 루이스 캐럴 등 위대한 작가들에게 영감 받은 청년 로맹 가리의 패러디이자 오마주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KT경제경영연구소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비트코인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블록체인 기술은 논란이많은 기술 중 하나다. 탈중앙화 시스템을 통해 비효율적인 유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과 어느 시점에 한물간 기술이 될 것이란 극단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상태다. 이 책은 가능한 중립적인 시각에서 블록체인 다시보기를 시도한다. 과대평가된 부분은 객관적으로 검증해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이끈다. 지은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안고 있는 과제로 생활밀착형 서비스 부재를 지적한다. 암호화폐 단계를 넘어 실생활과 결합된 서비스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토큰 이코노미가 있다. 토큰 이코노미는 토큰 생태계 참여자 모두에게 참여도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경제구조를 말한다. 댓글이나 추천 등을 올리면 토큰으로 보상을 해주는 배달주문 앱이다, 좋을 글을 올리고 추천하면 토큰을 제공하는 스팀잇 등이 한 예다. 책은 한국형 토큰 이코노미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향으로 타진하고 미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자본가의 탄생(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노승영 옮김,부키)=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재하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교황청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가 직접적 원인이지만 그 뒤에 푸거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1514년 마인츠 대주교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붙자, 승산이 없었던 주교 알브레히트는 푸거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려 방탕한 교황 레오10세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자리를 따내게 된다. 빌린 돈을 갚을 궁리 끝에 알브레히트가 찾아낸 방법은 바로 면죄부 판매였다. 거부 야코프 푸거(1459~1525)는 이밖에도 15,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책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이 되지 않은, 세계사의 판도를 바꿔놓은 푸거의 삶과 시대를 촘촘히 들여다본 평전으로, 자본가, 독점 재벌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푸거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 대신 권리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키운 자본가이며, 신학자를 매수하고 교황을 움직여 이자를 금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바꾸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놓고 벌인 스페인왕 카를과 프랑스왕 프랑수아의 경합에 뛰어들어 카를의 선거비용 대출 댓가로 인쇄기 통제권, 즉 언론을 장악하기도 했다. 책에는 1525년 독일 농민전쟁과 헝가리 봉기의 원인제공자이자 근대적인 회계와 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혁신가로서의 모습도 보여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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