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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최준묵 건설기계부품연구원 대외협력센터장] 과학·비즈니스 만나는 곳, 융합신산업이 싹튼다
인구 550만의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과학과 기술분야 종사자가 절반에 이르는 기술혁신 강국이다. 지난 2009년 세계 3위의 기술혁신국가로 선정된 바 있는데 수도인 헬싱키 오타니미에 지역에는 26개 학위과정에 1만6000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5000여명의 연구원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800개 회사에서 2만 명의 첨단기술 전문가가 근무하는데 매년 새롭게 생기는 벤처회사만 70여개에 달하는 핀란드의 실리콘밸리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것이 국가연구 종합인프라인 오타나노(OtaNano)다. 최첨단 나노리소그래피를 포함한 다용도 및 가공설비 시설, 마이크로 패키징을 위한 클린룸 등을 갖추고 있고 고해상도 전자현미경과 주사 탐침현미경 등 첨단장비가 2600m² 규모에 구비돼 있다. 이같은 연구장비시스템은 마이크로 및 나노기술 분야의 연구와 제품개발이 필요한 연구자나 기업,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그들의 슬로건대로 ‘과학이 비즈니스와 만나는 곳’이다.

사실 공공연구소나 대학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기술장비는 대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넘는 고가다. R&D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비싸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기반조성사업과 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3조원 어치, 약 2만여대를 전국의 연구기관과 대학 등에 구축했다. 이들은 산학연 공동활용장비와 기술개발용 단독활용장비로 나뉘어지는데 이 중 60%가 넘는 1만2000여 종이 공동활용장비이다. 그런데 가동률이 절반인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장비통합관리플랫폼(e-Tube)를 사용해 산업기술개발장비 도입 활용 혁신대책을 내놨다. 장비의 검색부터 위치와 사양, 온라인 사용 예약과 후기 작성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누구든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e-Tube에 접속하면 되게끔 바뀐 것이다. 

지난 2015년 시작된 ‘기술개발지원기반 플랫폼 구축사업’은 연구장비의 공동활용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산업별, 업종별 연구장비의 공동이용 플랫폼을 구축해 중소기업의 장비 사용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반도체와 LED를 비롯해 자동차와 세라믹 등 7개 분야로 주요 산업이 망라되어 있다. 가령 한국기계연구원이 기계류의 시험평가와 분석을,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금속의 고장 원인에 대한 분석과 애로기술을,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은 건설기계 완성차의 시험평가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장비를 다루는 인력에 대한 이업종간 기술교류와 네트워킹 구축도 수반됐다. 2만 여 장비를 클릭 한번으로 어느 기관, 누구를 찾으면 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벽이 높았던 7개 산업의 각기 다른 30여 개 연구기관 간 소통의 장이었던 ‘기술개발지원기반 플랫폼구축사업’이 지난 10월 말 종료됐다. 자동차와 섬유가 만나고 조선과 세라믹이 융합되어 세상에 없던 신산업을 만들 수 있으려면 이 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으려면 1년 내내 문이 열려 있는 오타나노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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