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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경이 뽑은 올해의 한자 '執'] ‘경제’ 고집…‘주택’ 아집…‘분배’ 편집
잡는다·맡아서 처리한다 뜻 속
잘못 처리하면 치우칠수도

문 정부 2년차 집행도 많았지만
치우침도 많았던 2018년 한해


‘잡는다’ ‘맡아서 처리하다’는 뜻이 기본이다. 집행, 집권 등이다. 잘못 처리하면 ‘치우칠 수 있다’는 뜻도 담고 있다. 아집, 고집, 편집 등이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올해 대한민국 경제에는 이런저런 ‘집행’이 많았지만, ‘치우침’도 많았던 한 해다. ‘집’ ‘집값’은 올 한해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화제가 됐던 경제주제다. 공교롭게 두 글자의 음(音)이 같다.

▶경제…고집(固執)=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올해 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준수에 대한 국민들의 원칙적 동의는 확인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올 들어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영환경은 악화됐다. 사정이 어려운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현장마다 여건이 다른데 일괄적인 주 53시간 근로기준을 적용하면 경영에 부담이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대통령 공약준수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속도조절과 유연한 적용을 바라는 호소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좀처럼 고집(固執)을 꺾지 않고 있다. 현정부 정책결정권자 상당수가 경제현장을 잘 모른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새해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위법’과 ‘위기’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시경(詩經) 대아(大雅)에 억억위의(抑抑威儀)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현장을 모르는 군주에 대한 설득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손으로 끌어서 줄 뿐 아니라, 사실을 들어 밝히고, 얼굴을 맞대고 가르쳐 주고 귀에 대고 얘기해줬는데…백성의 불만을 깨달을 만도 한데…밝은 하늘 이고 있어도 내겐 살 맛이 전혀 없어라” (匪手之 言示之事 匪面命之 言提其耳…民之靡盈 誰夙知而莫成 昊天孔昭 我生樂)

▶집…아집(我執)=지난해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른바 투기를 잡는데 집중됐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철학에서다. 특히 강남 집값을 잡는데 몰두했다. 재건축을 꽁꽁 묶고, 세금폭탄을 투하하고, 대출을 조였다. 그런데 돈 구하기 어려워진 중산층과 서민들이 내집을 장만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높은 분양가가 소비자 부담이라며 시행된 분양가 통제로 ‘노른자’입지 분양은 ‘금수저’ 현금부자의 리그가 됐다. 취약계층에는 공공임대나 희망타운 등 각종 지원책이라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가계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됐다.

강남과 서울 집값을 누르는 압력은 지방에 더 치명적이었다. 가뜩이나 주력산업 부진 여파가 큰 지방 부동산은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똘똘한 한채’ 수요가 서울로 몰리면서 분양연기와 미분양이 속출했다.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더니 또 신도시 계획을 내놨다. 1기와 2기보다 더 서울에 가까운 입지다. 자칫 3기 때문에 1,2기가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분배…편집(偏執)=자영업자들은 파격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로 소득증대 효과를 얻게 됐다. 카드사는 이익이 급감하게 됐고, 국민 대다수인 카드소비자는 그간의 혜택을 앞으로는 누리기 어렵게 됐다.

취약계층, 영세업자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량이 면세점 이하인 상황이다.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면 이 같은 지원의 재원을 제공하는 근로소득 납세자들이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많았지만, 납세자에 대한 감사에는 인색했다.

자영업의 경영난이 꼭 카드수수료 때문일까? 자영업을 너무 쉽게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왜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으로 많을까? 주력산업의 한계봉착과 신성장 동력의 부재가 근본원인이라는 진단들도 쏟아졌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된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던 편집이 올 한해를 관통했다. 장자(莊子) 잡편(雜篇) ‘칙양(則陽)’에 나오는 잘못된 정치에 대한 한탄이다.

“복잡하게 일을 꾸며놓고는 이를 알지 못하는 백성을 어리석다고 업신여기고, 어렵게 일을 꾸며 놓고는 이를 감히 하지 못하는 백성을 용기 없다며 죄주고, 과중하게 임무를 부여해 놓고는 이를 감내하지 못하는 백성을 위법이라 벌주고, 높은 이상을 제시해 놓고는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백성을 부도덕하다며 처형한다”(匿物而愚不識,大難而罪不敢,重任而罰不勝,遠其塗而誅不至。民知力竭,則以繼之),日出多,士民安得不!夫力不足則,知不足則欺,財不足則盜。盜竊之行,於誰責而可乎)

홍길용 금융재테크섹션 에디터/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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