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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미래(안병진 지음, 모던아카이브 펴냄)=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미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미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수정구슬’을 내보였다. 다름아닌 ‘쿠바 미사일 위기’다. 이 사례를 통해 북미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소련의 흐루쇼프 서기장이 쿠바에 비밀리에 핵미사일을 배치, 케네디 대통령과 대치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까지 갔던 사건이다. 반세기 만에 서로 적대시한 미국과 쿠바는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국교정상화를 이뤘다. 카스트로의 대변신과 개방, 오바마 미 대통령의 관여정책,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라는 삼박자의 결실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 후 관계는 다시 거꾸로 가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 50여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난 미국과 쿠바의 교착 과정을 게임에 참여한 리더들의 고정관념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본다. 그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 미국의 전문가들은 “사소한 문제에서 약하게 보이면 결국 모든 걸 잃는다는 강박”에 붙들려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결론 내린 상대방의 숨겨진 전략”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해석했다고 비판한다.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상황을 쿠바란 프리즘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그해 가을(권정생 원작, 유은실 글, 김재홍 그림)=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냈다. 동화작가 유은실이 원작의 감동과 글맛을 살려 새롭게 글을 쓰고 화가 김재홍이 그림을 그렸다. 교회 문간방 생활을 하던 청년 권정생이 만난 한 아이 이야기다. 교회문간방에 살던 1971년 어느 가을, 권정생의 문간방에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던 아이가 있었다.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의 창섭이다. 병든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청년 권정생은 창섭이와 동병상련을 느끼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비 내리는 가을날, 방문 앞에 서 있는 창섭을 들인 채 글만 쓰고 있자 창섭이 대뜸 말한다. “서세니도 냉가 시치?”, 순간 권정생은 아이의 슬픈 눈을 들여다보고 할 말을 잊는다. 뭐가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줄 게 없어 누워 자자고 청하며 둘은 찬송가로 배고픔을 달랜다. 그리고 한달 후, 예배 후 만난 창섭이가 배가 아프다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옷을 잘 여며준 뒤 떼밀어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뭉클한 느낌을 아크릴 물감에 흙을 섞은 질감과 색으로 표현해낸 그림도 시선을 붙잡는다.

▶꽃과 제물(정영현 지음, 문학과지성사)=1968년 11월 ’여성동아‘복간 기념 공모의 첫 당선작으로 작가가 도미하면서 한국문학에서 잊혀진 작품이다. 이 공모전은 박완서가 등단하는 등 여성문인을 꾸준히 배출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드물게4.19혁명의 역사적 순간을 정면으로 재현, 장편소설로 구성했다. 1960년 당시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6.25전쟁, 분단 체제등 민족의 비극과 격동의 시기를 삼대를 통해 굵직하게 그려낸 서사소설이다. 소설은 네장의 봄과 세번의 여름이 교차된다. 세번의 여름은 주인공 준의 가족이 겪는 일제하 식민지 시대의 서글픈 여름과 외세에 의해 해방된 뒤 1년이 지난 뜨겁고 혼란스런 여름, 또 6.25 전쟁이 한창인 참혹한 여름 등이다. 격동의 한 복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애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네 장의 봄은 주인공인 네 명의 남녀 대학생이 각각의 삶 안에서 겪어내는 1960년 4.19의 봄을 그려낸다. 대학로에서 출발해 세종로를 거쳐 경무대 앞까지 이르는 서울의 정치문화적 공간과 권력에 맞서는 젊은 주인공들의 피와 죽음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여성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여성의 모습, 당대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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