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팥죽과 크리스마스
올해 동지(冬至)는 12월22일이다. 1년중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면, 하루하루 낮이 길어지고 붉은 태양을 받을 시간이 늘어난다.

광명의 부활, 새 출발이라 여겼기에 동양에선 ‘작은 설날’ 즉 아세(亞歲)라고 불렀다. 동지첨치(冬至添齒) 즉 이날 잇빨 하나 더 생긴다고 했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이다. 주나라의 동지는 설날이었고, 당나라의 동지는 역법의 기산점이었다.

고대 로마에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념해 ’정복 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 의례(maesse)‘를 올렸다. 때마침 예수(Christ) 탄생이 그 무렵이라, 동지 직후는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Christ-mas)로 연결됐다.

새 출발을 붉은 태양이 만들었으니,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팥’이 동지 음식이 된다. 의학적 효능 분석을 차치하고라도 팥죽은 밝은 내일의 상징, 심리적 건강음식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대문이나 벽에 팥죽을 뿌린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었다.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삼청동 방향 외곽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동지 하루 전인 21일 오전 10시부터 야외전시장 오촌댁에서 동지고사를 진행한다. 이어 국민들에게 동지팥죽을 나누며 동지의 의미를 전한다.

용인의 한국민속촌도 22~23일 세시풍속 체험행사 ‘동지야(夜)’를 열어 ‘동지팥죽 나누기’를 한다. 현장 가마솥에서 끓여낸 팥죽을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누고 전통 풍습 체험 기회를 준다.

양력 1월1일에 마음을 잡고도 안되면 설날 다시 마음을 곧추세우곤 했다. 그래도 안될 때가 있었다. ‘아세’ 동지는 새 뜻을 정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삼세판’의 기회를 제공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