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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불가사의가 아니라 예측가능
관계연구소 ‘러브랩’의 30년 데이터 분석
갈등상황 15분간 대화 들으면 부부미래 보여
행복한 부부는 긍정적 말이 5대1로 많아
배우자의 말걸기에 긍정적 반응이 결정적

사랑의 과학/존 가트맨 지음,서영조 옮김/해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애정관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을까.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행복한 부부와 이혼할 부부를 구분하는데 90%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점이나 오늘의 운세 얘기가 아니다. 오로지 수학적으로 풀어낸 결과다. 가트맨은 미 매사추세츠공과대에서 수학 및 물리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대에서 임삼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법칙에 두루 정통한 인물이다. 그가 40년간의 연구에 바탕해 수학과 과학으로 애정관계의 본질, 즉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냈다.

가트너는 결혼한지 몇 달 안된 신혼부부 130쌍을 모집, 관찰하는 집, ‘러브랩’에서 24시간 생활하게 한 뒤, 갈등상황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15분간 관찰했다. 그 결과, 이혼할 부부를 100 퍼센트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어느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지, 또 어떤 부부가 결혼생활을 지속하긴 하지만 불행한 기분을 느낄지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냈다.

부부가 서로 갈등을 빚는 문제에 관해 15분간 대화를 나눈 자료만 있다면, 그 커플이 신혼이든 중년· 노년이든, 동성커플이든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부들의 상호작용은 최대 14년에 걸쳐 80퍼센트 이상 변하지 않고, 어느 한 쪽이 치료를 받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행복한 부부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5대1로 나타났는데, 이 5대1 비율은 행복의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이혼하는 ‘폭탄’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높게 나타났다. 갈등상황에서 이들은 비난-방어-경멸-담쌓기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불행한 부부는 일상적인 얘기를 할 때도 덜 긍정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태도가 덜 긍정적이었다. 이들의 부정적 감정은 고착 상태가 되는데, 이는 모래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빠져나오려 해도 점점 깊이 빨려 들어갈 뿐이다.

다른 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부부가 주고 받는 10분간의 대화를 보면, 부부의 미래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 ‘말걸기’와 그에 대한 반응을 부호화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훗날 이혼하게 되는 신혼부부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저녁 식사 시간의 33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배우자의 말걸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반면, 결혼생활을 지속해나간 부부들은 86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배우자의 말걸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만 해도 33퍼센트에서 86퍼센트로 옮겨가게 된다. 

“실제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가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그들의 대화 전반에 ’그래, 하지만‘이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행복한 부부의 경우의 경우에는 ’그래, 그리고‘를 비롯해서 상대의 말에 동의하는 표현이 대화 전반에 걸쳐 등장했다.”(‘사랑의 과학’에서)

40년 이상 연구 끝에 가트맨이 완성한 사랑의 방정식은 진짜 수학 방정식이다. 감정의 관성, 속도, 에너지’등 21가지 개념으로 만든 일종의 ‘영향력 함수’이다 그는 역학, 장이론, 게임이론을 끌어들여 수식으로 부부가 어떻게 감정적 영향을 주고 받고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풀어나간다.

이에 따르면, 남편이 대화를 시작할 때의 정서가 부정적이고 남편의 관성이 커서 아내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 대화를 시작할 때의 나쁜 기분은 대화가 지속될수록 더욱 강해진다. 이는 아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대화를 시작할 때의 기분이 부정적이라면 파트너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태도는 스스로에게 좋지 않게 작용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의 기분이 긍정적이고 관성이 큰 경우에도 대화를 나눌수록 긍정적인 기분이 더욱 강화된다. 감정의 관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시작 상태의 기분이 감정의 관성에 따라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관계의 파국은 부부가 긍정적 어트랙터를 잃어버릴 때 찾아온다.어트랙터는 두 사람의 감정적 상호작용을 묘사할 때 중력과 같은 힘이다. 이 단계가 되면 부부는 어떤 시도를 하든 부정적 어트랙터를 향해 가게 된다. 결국 부정적 어트랙터의 강도가 엄청나게 증가해 파국으로 끝난다. 

지은이는 관계의 파국은 후회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애착이 손상됐을 때, 또 상당히 강력하고 부정적인 중력의 중심, 즉 ‘주름진 깔개’처럼 회피하려는 문제가 생겼을 때도 찾아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트맨은 사랑의 방정식을 통해 부부의 5가지 유형을 추출해낸다.다혈질형과 수긍형, 갈등회피형, 적대적, 적대적-무관심형이다.

갈등회피형 부부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만 부부 싸움을 할 때 긍정적 감정 대 부정적 감정의 비율은 5대1이다. 이들은 배우자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부정적 감정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다형질형 부부는 배우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긍정적 감정 대신 화를 내거나 비꼬는 등의 부정적 방법을 활용한다. 수긍형 부부는 가장 행복한 부부의 유형에 속한다. 반면 적대적 부부와 적대적-무관심 부부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한쪽이 회피하는 경우다.

지은이는 각각의 경우 위험 요소와 관계를 개선하는 법도 공식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은 지난 1세기 부부심리학이 걸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공식을 만드는데 영감을 준 이론들도 함께 담았다. 부부갈등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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