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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대출규제에 서민층 내집마련 더 어려워졌다

집값을 잡기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마련에 부동산 열풍은 잠시 잦아들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는 수 억 원씩 오른 집값을 잡는데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서민층의 내집마련의 꿈도 함께 이루기 어려워졌다.

1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대표적인 부동산 관련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올해 3분기 누적 판매액은 5조23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8조3820억원보다 37.5% 줄어들었다.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지난 2014년 2조4797억원에서 2015년 10조2885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장려하며 부양정책을 내놓으면서 2016년에는 보금자리론 수요가 14조434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당시만 해도 조기에 판매가 소진돼 추가 판매에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수요 급증에 정부가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을 6억원 이하로 조정하고 자격요건으로 부부합산 소득을 7000만원으로 제한해 대상자가 줄어들며 지난해 판매실적은 10조7208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이미 오른 집값과 늘지 않는 소득, 높아진 대출문턱으로 서민층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보금자리론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주금공은 서민 실수요자 혜택을 늘리겠다며 맞벌이 신혼부부ㆍ다자녀 가구 전용 보금자리론 기준을 완화해 다시 대상을 확대했지만, 지난해보다 부진한 판매실적으로 올해 목표액인 14조원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실적은 8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확대된 보금자리론 기준이 서민 실수요자를 모두 끌어안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보금자리론 대출 대상은 매매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이다. 해당 주택을 구입할 때 가구 소득 요건이 맞으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맞벌이 신혼가구는 8500만원 이하, 2자녀 이상 가구는 9000만원, 3자녀 이상 가구는 1억원 이하 연간 소득 가구까지 대출 이용이 가능하다. 3자녀 이상 가구는 대출 한도도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준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6억원이 넘는다. 보금자리론 대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더구나 연소득 7000만원이라면 소득을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저축한다고 해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로는 10년이 넘는다.

지난 2분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7000만원은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로 분류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의 내집마련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이른바 ‘대출규제 3종세트’로 규제가 더해지면서 이전보다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소득이 낮을 경우 그만큼 상환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DSR을 적용하면 저소득층이나 구직자들, 소득이 적은 서민들의 은행문턱을 더욱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의 전체적인 실적이 감소한 것은 정부가 올해 대출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대책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효과가 나타나면서 금융권의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위원회의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22조원이었다. 증가액은 6조7000억원으로 10월 증가액인 7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 수요보다 전세자금대출이 늘면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내집마련의 꿈을 접은 서민들이 전세를 더 찾았다는 것이다.

집값이 올라 전세가격도 높아졌다. 신규대출을 누르니 사다리는 걷어차였다.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차례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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