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전 5권·운흥길 지음, 문학동네)=‘완장’‘장마’‘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등 교과서에 많은 작품이 올라 있는 윤흥길 작가의 초대형 장편소설. 20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로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다. 소설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인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을 그려낸다. 천석꾼 최명배는 일제가 조선인들을 수탈할 때 기회를 잡아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 누구보다 먼저 ‘야마니시 아끼라’로 창씨 개명하고 읍내에 나가 천황폐하 만세삼창을 하는 등 기회주의적이다. 반면 고등교육을 받은 자식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시대의 비극과 마주한다. 폐결핵에 걸려 세상에 냉소적인 최부용, 기독신앙으로 꿋꿋하게 아버지에 맞서 집안을 지탱하는 최순금, 산서 제일의 수재이자 사회주의이자이며 아버지를 경멸하는 최귀용 등이 그들이다. 최귀용은 과격 사회주의 단체를 이끄는 사촌형과 사랑채에 침입, 아버지에게 비수를 겨누고 재산을 강탈해 사라진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최명배 일가는 물론 산서 전체에 거센 소용돌이가 밀어닥친다. 모두 5권으로 이번에 1~3권을 출간하고 4권과 5권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교육센터 마음의씨앗 기획, 김찬호 엮음, 푸른숲)=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초중고 교사 1617명을 대상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40%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가 낮고 우울감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학교 현장에서 내면이 단단한 교사로 살기 위해 분투해온 7명의 이야기다. 이들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첫 마음부터 수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일화, 학교 폭력과 학교의 부당함에 맞선 이야기, 생활교육 성공사례, 좌절했던 경험 등 교실 현장에서 어떻게 자신과 마주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비폭력 대화’와 ‘폭력을 부르는 대화’의 차이를 보여준 수업 장면 이야기와 교사가 설명을 줄이고 주제와 활동, 질문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게 하는 수업 등의 이야기는 변화의 중심에 교사 자신이 있음을 보여준다. 상처가 많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털어놓은 솔직한 글도 눈길을 끈다. 교사들의 글쓰기는 교사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내면의 중심을 잡는 길이란 파커 J.파머의 교육론에 닿아있다.

▶말하기 힘든 비밀(왕바오헝 지음,박영란 옮김, 올댓북스)=뉴스를 통해 자주 듣게 되는 조현병은 원인이 복합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전적 영향, 뇌세포의 변화, 환경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좌우하는데 대체로 과도한 망상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로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은 조현병 외에 분열형 인격장애, 분노조절장애 등 각종 심리적, 정신적 질병의 원인과 양상을 알기쉽게 정리해 놓았다. 특히 어려운 전문용어를 피하고 쉽게 풀어 쓴 점이 돋보인다.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다양한 치유법을 소개한 점도 돋보인다. 프로이트의 꿈이론을 바탕으로 꿈을 통해 불안을 해석하는 법, 색깔이 어떻게 마음의 상태를 바꿔놓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컬러테러피도 담았다. 동물매개치료는 그 중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눈길을 끌 만하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은 고혈압환자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조현병 환자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건 물론 환자의 빠른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이외에 감정을 통제하는 법, 열등감을 극복하는 법, 심리테스트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담아냈다. 리오넬 메시,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톤, 아시모프 등 유명인에 얽힌 에피소드와 실제사건들은 흥미를 더해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