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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물가 비상 ②] 지갑 얇은 직장인들 “편도족에 합류합니다”
-잇단 외식 물가 인상 소식에 지갑열기 두려워
-햄버거는 사치…저렴한 편의점 도시락 인기


[사진=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이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직장생활 5년차인 30대 강선규 씨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됐다. 자주 다니던 회사 앞 식당 메뉴 가격이 올라 밥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씨는 “예전에는 6000~7000원 정도로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자주 점심을 사 먹었는데 점점 가격이 올라 부담이 된다”며 “그 가격으로 한끼를 해결하기에는 솔직히 지갑 열기가 망설여져서 지금은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연말 외식물가가 오르자 직장인들까지 편도족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업종으로 꼽혔던 편의점이 외식물가 상승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4년 2000억원에서 2016년 5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약 7500억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일이 늘어난 점도 올해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증가한 이유중 하나이다.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끄는 또하나의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최근 치킨, 햄버거 등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편의점 도시락은 3000~4000원이면 고기, 돈까스 등이 포함된 밥 한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용돈을 받는 학생들도 많이 이용한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의식품 섭취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3분의 1이 주 3회 이상 편의점에서 식사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장인들 평균 외식비 지출액이 점심은 6600원, 저녁은 9600원인데 이는 편의점 도시락 가격에 비해 2~3배 비싼 수준”이라며 “최근 외식 물가가 다시 들썩이자 저렴함에 장점을 느끼며 편도족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물론 편의점 도시락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있다. 하지만 치킨ㆍ피자집, 김밥집, 분식점 등에 비해선 덜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점포에 공급하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선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오면 편의점 도시락의 가성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9년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로 ‘편도족의 확산’을 포함해 3개를 선정한 바 있다. 편도족의 확산은 우리 국민이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요즘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사먹는 것도 외식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편도족의 확산은 단순히 가정간편식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편의점이 식당을 대체하는 ‘음식섭취공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편의점들도 품질 개선 경쟁과 함께 매장 풍경을 바꾸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매장 크기를 키우고 인테리어도 카페 형태로 바꾼 ‘도시락 카페점’을 운영하고 이마트24는 매장에서 갓 지은 밥도 판다. 서울에서 7년째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최용혁 씨는 “일주일에 2~3차례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한다”며 “도시락의 맛과 질이 꽤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고 게다가 카페형 매장에 가면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급증과 물가 인상에 따른 알뜰 소비문화 확산이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 요인”이라며 “간편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도시락 구매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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