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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PO行 선택한 교보생명…신창재 vs FI ‘동상이몽’
구주매출 주가 최고 30만원
신주 발행하면 가치 희석돼
자본확충 vs 지분가치 하락
업황부진·증시침체도 부담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결정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셈법’이 엇갈린다. 신창재 회장 입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주발행으로 자본을 늘리고 싶지만, 지분을 팔아야할 재무적투자자(FI)들은 신주발행이 적을 수록 지분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FI 중 하나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상장 결정에도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을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풋옵션은 신 회장 개인에게 행사하는 것이라 회사가 IPO를 결정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논리에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네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너티는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조건으로, 2015년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계약했다. 이들은 약속기한이 3년이 지나도 IPO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 10월 말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실제 풋옵션 행사를 강행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 회장과 IPO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주 매출로 자금을 회수하려는 FI 입장에선 신주 물량이 적을수록 공모가가 올라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가 처음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했을 때 주당 가격은 24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FI 사이의 지분거래 때는 29만5000원으로 올라갔다. 어피니티가 상장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공모가가 적어도 주당 30만원 이상은 돼야 하는 셈이다.

현재 시장에 상장된 생보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위인 삼성생명이 0.53배, 2위인 한화생명이 0.32배 등이다. 자본총계(연결기준)가 9조9738억원인 교보생명이 삼성생명만큼 후한 평가를 받아도 공모가는 25만7900원 정도다. 한화생명 수준으로 평가를 받게 되면 주당 15만5000원대로 내려간다. 여기에 보험계약가치를 더한 내재가치(EV) 평가를 받으면 ‘디스카운트(할인)’가 불가피하다. 현재 장외가는 주당 29만원선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IPO를 통해 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까지 하겠다고 공표했다. 삼성자동차 채권문제 해결을 위해 상장한 삼성생명처럼 구주 매출만 할 수는 없다. 신주 발행이 필요하고, 발행 비율에 따라 공모가는 더 떨어지게 된다. 신주발행은 신 회장 입장에서는 많을 수록, FI에게는 없거나 적을 수록 좋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국내 생보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고, ROE(자기자본이익률)나 RBC(지급여력비율) 등 지표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만큼 상장 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상장된 생보사들이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아 교보생명의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어 상장 때까지 FI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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