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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가비상사태라 할 때 다가온 소득 3만달러 시대
올해 말이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추산이다. 지난 3분기(2만3433달러)를 기초로 4분기까지 감안하면 3만1243달러에 달하리라는 것이다. 지난 1996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에 이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지표라 할 수 있는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인구는 이미 5000만 명을 넘었으니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선진 부국이자 강국의 상징인 이 클럽엔 현재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만이 속해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전쟁의 폐허에서 일군 결과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이 앞으로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까지 진입하느냐, 아니면 더 이상 동력을 잃고 추락하느냐는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일본은 3만 달러에 진입한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30-50클럽’에 가입했다가 불시에 2만 달러 시대로 회귀해버린 스페인의 전례도 있다.

사실 천신만고 끝에 12년이나 걸려 이룩한 성과지만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추진중인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오히려 고용참사를 불러오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줄면서 기대와는 정반대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까지 올라갔지만 국민 전체 삶의 질이 그에 부응할만큼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력산업 경제엔진에 제동이 걸려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은 그동안의 투자 부진과 신산업 개발 부족으로 주력 산업들이 붕괴된 국가 비상사태”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자영업자 비율이 6%인 미국 상황을 25%에 달하는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영업자들이 그것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 구조를 제대로 모르고 시행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의 마지막 지적은 그야말로 핵심을 찌른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게 ‘해결의 첫단추’라는 것이다. “한치의 흔들림없이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하는 청와대 경제참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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