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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현지르포] 일본 슈퍼컴퓨터의 심장, 고베 이화학연구소를 가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가 운용중인 ‘K(京) 컴퓨터’ [제공=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계산과학센터]
- 1초당 1경(京)번 계산하는 ‘K컴퓨터’ 운용 日 이화학연구소 현지 르포
- 은퇴 앞두고도 빅데이터 분석력 순위서 4년째 1위…여전한 능력 자랑
- 계산과학센터 담당자 “180여 기업들이 K컴퓨터 활용…국가경쟁력↑”



[헤럴드경제(고베)=배두헌 기자] “일본에서 슈퍼컴퓨터는 국가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슈퍼컴퓨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 홍보담당 하마 히로코)

일본 슈퍼컴퓨터의 심장 ‘케이(K)컴퓨터’를 운용하는 고베 이화학연구소(RIKENㆍ리켄) 계산과학센터를 지난 21일 찾았다. 세계 최초로 10페타플롭스, 즉 1초당 1경(京) 번 계산이 가능한 속도에 도달해 전세계 슈퍼컴 순위 1위에 등극했던 바로 그 ‘K(京)컴퓨터’를 보기 위해서다.

고베공항에서 역시 세계 최초라는 무인(無人) 경전철 포트라이너에 몸을 실었다. 오사카만을 가로질러 단 한 정거장만에 도착했다. 역 이름도 ‘K컴퓨터 앞 역’이다. 고베의 대규모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위치한 이 국립 연구센터 인근으로는 대학 캠퍼스, 의료센터, 다른 연구소들도 이곳저곳 눈에 띄었다. 일본 특유의 치밀하고 꼼꼼한 도시계획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가 운용중인 ‘K(京) 컴퓨터’ [제공=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계산과학센터]

▶K컴퓨터, 은퇴 앞두고도 데이터 분석 순위는 여전히 세계 1위 = 센터에 도착해 계산기동을 둘러봤다. 1층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외장하드가 2층은 공조기계가 자리해있다. 지진 시 땅이 물러지는 걸 막기 위해 지반을 계량해 진도 6강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도 되어있다고 한다.

K컴퓨터가 위치한 계산기동 3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유리창 앞 커튼이 열리자 K컴퓨터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이 조합돼 초당 1280억회 계산을 수행하는 기본 단위 ‘1노드’를 형성하고, 이 노드 4개가 모여 시스템 보드위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다시 이 보드 24개가 모이면 하나의 선반(96노드)을 이루고, 이 선반 864개가 모여 총 82944노드의 K컴퓨터가 완성된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가 운용중인 ‘K(京) 컴퓨터’ [제공=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계산과학센터]

K컴퓨터는 최근 발표된 전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인 ‘톱(TOP)500’에서는 18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지난 2011년 등장과 동시에 1위를 꿰찼지만 세월의 흐름과 기술 발달은 어찌할 수 없었다. 현재는 일본 내 슈퍼컴 순위에서도 3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K컴퓨터는 여전히 놀라운 능력을 자랑한다. 연산력 대비 효율이 매우 뛰어난 데이터 분석력 덕분이다. 단순 속도 순위인 톱500과 달리 복잡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순위를 매기는 ‘그래프(Graph)500’에서 K컴퓨터는 최근까지 8회 연속, 무려 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술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른 슈퍼컴퓨터 경쟁에서 나온지 8년이 된 슈퍼컴퓨터가 1위를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슈퍼컴퓨터들이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통적 작업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에 투입되고 있는 만큼 그래프500은 톱500 못지않게 의미있는 순위로 여겨진다. 하마 히로코 리켄 계산과학센터 홍보 담당자는 “K컴퓨터는 단순히 프로세스가 빠른 것 뿐만 아니라 굉장히 잘 디자인돼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 전경 [사진=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정부ㆍ연구기관뿐 아니라 180여 기업들이 실제 활용中 = 슈퍼컴퓨터는 주로 인간의 신체나 지구, 우주 현상 등을 연구하는데 활용된다. K컴퓨터의 주 활용도 비슷하다. 인간의 심장이 뛰는 걸 완벽히 재현한 시뮬레이터를 통해 치료방법 및 예방에 공헌을 하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지구 전체 대기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해 정밀도를 크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기상청과 별개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예측, 기상이변 등을 예측하는 연구에도 활용됐다.

중요한 것은 일본 K컴퓨터의 활용이 정부나 연구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간기업들도 K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도 180여 기업이 K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마 씨는 “풍동실험을 위해 터널에 실제 차량을 놓고 팬을 돌리는 해온 혼다자동차는 K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었고, 스미토모 고무는 K컴퓨터를 활용해 고성능 타이어를 만들어 화제가 된 바 있다”며 “K컴퓨터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은 일본 고도정보과학기술연구기구(RIST)에 응모를 통해 선정된다. 자동차나 소재 개발, 제약 등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 1층 로비 [사진=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K컴퓨터 활용하려는 기업이 직접 고베에 올 필요는 없다. 아직 클라우드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활용이 가능하다. 슈퍼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모르는 기업들을 위한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일본 고베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센터 계산기동 3층에 위치한 K컴퓨터. 천장에는 현재 CPU 사용률을 비롯한 각종 통계가 나타난다. [사진=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K 후속 ‘포스트 K’ 곧 도입…“日 국가경쟁력 끌어올릴 것” 기대감 = 리켄은 현재 K컴퓨터의 후속인 ‘포스트 K’ 준비에 한창이다. 하드웨어 개발은 K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후지쯔가 맡았고, 리켄과 도쿄대는 합동으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에 있다.

이미 K컴퓨터의 CPU 사용량 가운데 40% 가량은 이 포스트K가 운용할 애플리케이션과 관련한 연구에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트K는 오는 2021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K보다 100배나 빠른 성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 포스트K를 통해 이화학연구소는 △의료ㆍ제약 등 생명과학 △에너지 관련 신물질 △자연재해 △차세대 제품 생산 등 산업혁신 △물질과 우주의 기원과 구조 등을 중점 연구할 계획이다.

크기는 기존 K컴퓨터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위치는 K컴퓨터가 위치한 이곳 그대로가 될 전망이다. 포스트K가 완성되면 기존 K는 철거된다. 하마 씨는 “우리의 중점과제와 미래과제들 대부분은 포스트 K가 없으면 과제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들”이라며 “일본 슈퍼컴퓨터의 높은 경쟁력이 글로벌 국가경쟁력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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