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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 후폭풍…‘싹 틔운 바이오’ 투자자 외면 우려
삼성바이오 사태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의지가 꺾이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선위 ‘삼바’ 고의분식회계 결론
거래정지·상폐심사…투자자 불안

산업 특성상 초기·장기투자 절실
신뢰도 하락 따른 투자위축 우려

정부 미래산업 육성의지 반대행보
업계 “일관된 정책 시그널 아쉬워”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적인 회계 조작이었다고 결론을 내면서 이번 사태가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상황에서 이제 막 성장의 싹을 틔운 중요한 시기에 자칫 산업발전의 성장동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증선위 “고의 분식회계” vs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대응”=21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변경하면서 적용한 회계처리 방식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회계 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년여 동안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를 통해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한 것을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증선위는 이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는 당분간 중지됐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도 받게 됐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측은 즉각 증선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는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만 아니라 금감원이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 결론은 법원의 판단에 넘어가게 됐다.

업계, 바이오산업 신뢰 하락으로 투자 위축 우려=삼성바이오 사태에 대한 최종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이 기간동안 제약바이오 산업이 입게 될 간접적 또는 직접적인 피해다.

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따른 투자 위축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특히 삼성바이오는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설립된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계열사라는 점과 삼성이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던 ‘새싹’이었다.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6년 상장과 함께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현재 시가총액 22조원, 상장사 6위를 차지하는 대형주가 됐다. 국내 증시는 물론 바이오산업에 큰 영향력을 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사태는 단지 한 기업의 상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상징성으로 볼 때 삼성바이오 사태는 국내 바이오산업 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 미치는 시그널(신호)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우려스러운건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했다.

바이오산업은 산업 특성상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신약개발 등의 장기 계획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최소 몇년에서 10년 이상 과정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는 구조다. 성공과 실패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당장 눈 앞의 성과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는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를 하는 특성이 있는 산업”이라며 “이런 산업은 기업 또는 산업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가 자칫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 일관된 시그널 보내야 기업은 ’예측 가능‘=한편 이번 금융당국의 뒤집힌 결론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논란은 이미 지난 2016년 참여연대 등이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금감원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직전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해 특별감리에 착수한 뒤 1년여만에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금융당국이 똑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은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며 “고의 분식회계는 전문가(회계법인)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데 금융당국이 한 번은 ‘문제없다’, 또 다시 ‘문제있다’고 하면 기업으로서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기업들의 회계처리 기준도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하다보면 당장 매출이 나기 힘든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당장 이익이 되는 부대사업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를 대표할 산업이라고 육성의지를 밝혀 놓고는 이런 결론으로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헷갈리는 잣대로 인해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오락가락하게 된다”며 “이제 막 싹을 틔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예측가능하고 일관된 정책 시그널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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