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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스위스 ‘지역명사 여행’ 20 대 700 왜?
스위스 리기산 가는 열차
명망가 엄선 vs. 지역 경험 어르신 온라인풀
한국 2015년 런칭, 스위스 2017년 개시
전국적 명성 보다 ‘동네 명인’ 적극 위촉 필요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역 명사(名士) 여행’은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께 한 명사를 스토리텔러로 발굴, 육성해 명사의 생생한 인생담과 지역 고유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경험담과 관광지에 담긴 이야기를 때론 흥미롭게 때론 철학적으로 전하면서 이방인과 동행하는 이 여행의 깊이와 감동은 남다르다.

시인 김용택의 해설은 이렇다. “심심하면, 심심할 새가 없어요. 아침 산책때 마다 만나는 물상은 같은 것이라도 같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저기 초록색 지붕은 ‘그 여자의 집’이죠. 소쿠리에 담은 배추를 나풀나풀 거리며 석양을 등지고 그녀가 오다, 날 보더니 뻣니 보이며 힐긋 웃었지요. 네 살 아래 그 여자와 진짜 별 일 없었지만, 병원서 우연히 만난 그녀의 딸이 내게 ‘우리 엄마로 시집 그 여자의 집을 내셨던데’라고 아는 척 했을 땐 어찌할 바 몰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섬진강변 죽마고우 하채네 집도 매일 만나지요. 하채네 염소는 자주 가출을 하는데, 반년, 1년 지나 돌아올 땐 식솔 대여섯 거느리고 옵니다. 대박이죠? 그런 하채에게 ‘좀 있다 올테니, 섬진강 매운탕 한 냄비 해놔’하면, ‘알았당께’ 화답해주던 그 추억 새록 떠오릅니다. 여러분도 그런 추억들 있으시죠. 느리게 관찰하면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워 심심할 새가 없답니다.”

명사 여행의 다정함과 깊이는 친구와 찍는 인생샷 이상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여행은 한국 뿐 만 아니라 스위스에도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시작했고, 스위스는 2017년 본격 런칭했다.

그런데 한국은 20개 여행코스인데, 스위스의 지역명사 여행 콘텐츠(‘experience’)는 700개나 된다.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지역 명사 여행’
한국은 임실의 김용택 섬진강 시인을 비롯해 ▷강릉의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영양의 음식디미방 종부 조귀분 ▷남양주의 김치명인 이하연 ▷충주의 술박물관 이종기 ▷정선아리랑의 진용선 ▷당진에서 평균연령 75세 사회적 기업을 이끄는 김금순 ▷상주의 비단직물장인 허호 ▷구례 풍류가 이철호 ▷남해 독일마을 맥주박사 석숙자 명사 등 20명이 고을 곳곳을 여행자들과 동행하며 길 위의 인생인문학을 펼친다.

한국의 명사 여행 리더는 명망가 중심으로 뽑기에 3년간 20명을 선정 위촉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경험 많은 시니어 리더의 조건에 ‘지명도’를 중시하지 않는다. 김지인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장은 최근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1박~2일 지역명사 교류대회에 연사로 나와, 스위스의 지역명사 여행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지역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리더의 조건으로는 ▷지역 생태,문화와 관련된 실제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 ▷해당 여행지의 특징을 살릴수 있는 스토리텔링 ▷정서적 상호적 소통능력 ▷환경을 해치지 않고 오래지속될 수 있는 경험 ▷전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는 개인 경험 소유자 등이다.

우리보다 2년 늦게 시작하고도 경험 많은 어르신과 함께 하는 여행코스가 700개나 된다. 스위스 관광청은 여행자의 바람과 여행 트렌드를 잘 분석한 뒤, 이런 명사들의 발굴이 쉽도록 관광청 홈페이지에 별도 코너(myswissexperience)를 만들었다. 숱하게 많이 접수됐지만, 외부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걸러낸 여행콘텐츠가 700개이다.

스위스가 여행트렌드 변화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명사여행 구상까지 하게 된 근거는 ▷노년층 여행의 확대 ▷아시아 국가 여행자들의 증대 ▷친환경 지속가능한 여행의 추구 ▷둘러보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의 무게중심 이동 ▷차별화된 상품을 위한 스위스 구석구석 재발견 필요성 ▷비수기 대응책 등이다.

스위스 관광청은 ‘명사여행’을 런칭하면서 여행자의 동기분석, 상품화 등 ‘A to Z’ 고려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물론 한국 정부와 관관공사도 나름 이런 과정을 거쳤고, 모객과 수송 방법까지도 마련했다. 부산시가 원도심 투어 때 경험 많고 동네 사람들에겐 명사로 통하는 ‘어르신 해설사’를 위촉한 것과 비슷한 전국 곳곳의 전문가 시니어 가이드까지 따지면, 한국의 ‘범(凡) 명사 여행’의 콘텐츠가 훨씬 많을 것이다.

다만,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전국적인 명성을 중시하는 바람에, 보다 많은 ‘동네 명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국민에게 선물할 기회를 주는데, 다소 더딘 행보를 보인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들을 만도 하겠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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