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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좀스런 지도자들…
각계각층의 높은 사람들이 임명될 때 마다 미디어는 간단한 약력을 전한다. 대부분 경력, 학력 그리고 약간의 특이 사항으로 채워진다. 겉으로 나타난 됨됨만 알 뿐 세세한 것은 알 수 없다. 그저 능력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갔을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정부의 장관급 이상의 자리에 갈 사람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후보자의 됨됨, 경력, 가정사 심지어 사생활까지 샅샅이 까발리는 과정이다. 정치적인 공세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그들의 과거가 회자되기도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비리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작성,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병역면탈, 음주운전 등 일탈행위 등이다. 모두 다 범법행위이다. 정책적 식견이나 그 직에 대한 비전 같은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런 위(탈)법 행위가 폭로되면 대부분은 자기는 모른다고 발뺌을 하거나 엉뚱한 이유를 들어 둘러대곤 한다. 오래 전에는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동산과 관련한 비리가 터져 나오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했다고 해명했던 일이 생각난다. 누구랄 것 없이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병역문제도 하필 징집될 즈음에 아팠는지! 우연치곤 기가 막힌다. 아무튼 문제가 불거지면 입에 발린 소리로 사과를 하고 지나간다. 잔꾀로 살아왔고 임기응변으로 모면하겠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구차미봉(苟且彌縫)의 전형이다.

지난 달 어느 국회의원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그것이 적법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 쓰임새를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 몇 천원, 몇 만원 쯤인 목욕비나 야식비를 업무추진비로 썼다는 것이다. 수고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란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봉급 중 일정액을 용돈으로 쓴다. 점심값, 커피값, 경조사비 등 바깥 활동에 필요한 돈들이다.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랫사람들에게 커피도 사고 목욕도 같이 하고 간혹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 사는 것이 선배가 하던 일이었다. 이런 것은 대부분 내 용돈에서 지불하는 것이지 회사가 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업무추진비는 세금이 아닌가! 후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목욕비, 야식비를 주었다면 일반인들은 용돈으로 충당하는 것을 그들은 나랏돈으로 지불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호주머니 돈처럼 썼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기야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할당 된 특별 활동비를 아끼고 모아서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당당하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참 얄팍하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탄식만 나온다.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의 일처리 방식이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고 좀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 모두가 임기응변이나 잔꾀로 가득 차 있다. 도덕성, 비전, 떳떳함, 신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 소득 3만불, 세계 경제 10위권의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을 하니 짜증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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