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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 순간을 빛낸 50가지 요리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마리옹 고드프루아·자비에 덱토 지음, 강현정 옮김/시트롱 마카롱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디저트부터 닉슨··마오쩌둥의 ‘세기의 만남’ 만찬까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정상들의 만찬 메뉴는 음식 이상이다. 거기엔 다양한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있다. 만찬 전까지 극비에 부쳐지는 이유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마리옹과 루브르 랑스 박물관 수석 학예사 자비에는 매우 까다로운 선별 작업을 거쳐 역사적 순간을 빛내거나 망친 50가지 요리를 골라

1972년 닉슨과 마오쩌둥의 정상회담은 경색국면이던 동서 데탕트를 이끌어낸 ‘세기의 만남’으로 불린다.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국빈 만찬으로 TV생중계됐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만찬의 메뉴는 오리내장 볶음, 상어 지느러미 수프, 갓과 목이버섯 등 베이징 전통요리 외에 새우 요리 두어 가지가 등장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리라는 짐작에서 올린 요리였다. 닉슨은 능숙한 젓가락 솜씨를 발휘, 음식을 즐겼지만 내장볶음만은 꺼렸다. 만찬 결과는 정치적 성공 이상이었다. 미국 내 대도시 중국 레스토랑은 때를 만났고, 특히 정통 베이징 요리는 큰 인기를 누렸다.

나폴레옹은 특히 다양한 치킨요리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마렝고 치킨은 기원이 모호하지만 피에몬테 전투설이 유력하다.프랑스 혁명력 8년 제1집정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피에몬테에서 오스트리아 군대에 맞서 전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배가 고팠고 남은 재료는 닭 두마리 뿐. 요리사는 닭을 토막 내 올리브 오일에 지진 뒤 제철 채소와 토마토, 화이트와인을 넣고 뭉근히 끓여냈다. 로스트 치킨인데 또 한번 냄비에 넣고 자작하게 끓여 익힌 게 특이하다. 지은이는 이 요리는 이탈리아식으로 먹어야 제맛이라며, 탄수화물을 곁들이는 대신 구운 가지나 살짝 볶은 버섯과 함께 담아내라고 권한다.

록의 제왕 앨비스 프레슬리와 떠오르는 별 비틀즈의 만남은 어땠을까. 이 역사적 순간은 1965년 비틀즈의 두 번째 미국방문 때 성사됐다. 그것도 야심한 시각, 앨비스의 저택에서 이뤄졌다. 앨비스는 넓은 거실에서 자신의 밴드에 둘러싸여 조용히 기타를 치며 영국에서 온 젊은 라이벌들을 맞았다. 자신들이 흠모하는 신을 만난 비틀즈는 그만 얼어붙었고, 앨비스가 구경만 할 거면 자러가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이들은 함께 ‘유 아 마이 월드’를 연주하며, 역사적 순간을 연출했다. 자정이 되자 출출해진 이들에게 앨비스의 요리사가 차릴 수 있는 요리는 한계가 있었다. 그날 세기의 뮤지션들이 나눠 먹은 음식은 베이컨으로 말아 구운 닭 간, 미트볼, 미모사 에그, 각종 햄과 콜드컷, 치즈 등 시골 역 간이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메뉴였다.

이밖에 1911년 4월14일 침몰 직전, 타이타닉호 일등석 승객들이 먹은 지상의 마지막 디저트 에클레어, 얄타 회담 식탁에 오른 중동의 꼬치 요리 샤슬릭, 2차세계대전 중 백악관을 방문한 불청객 처칠의 친밀한 외교술과 이에 화답한 영부인의 음식 케제리 등 흥미로운 이야기와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역사적인 요리의 레시피가 실려있어 도전해 볼 만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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