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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이젠 웃는다…부산 ‘다크 노스탤지어’ 여행
피란중에도 공부하는 아이

부산관광공사 추천, 유네스코 유산 잠재 목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개(開)판 오분전’은 부산에서 피란민 식량배급 5분전임을 알리는 싸이렌을 말한다.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품고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배급을 받기 위해 몰리는 풍경은 야단법석(野壇法席), 아수라장(阿修羅場)을 방불케 했다.

영도와 자갈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피란민 마을은 동북쪽으로 소 외양간이 밀집돼 있던 부민동, 초량동으로 뻗어가 우암마을의 소(牛)집은 사람집으로 바뀐다. 이 인근엔 피란수도 정부청사들이 세워졌다. 서울의 중앙청과 청와대(옛 경무대)가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북쪽 삼복도로 일대까지 피란민 판자촌이 형성되고 서쪽으로는 감천동, 아미동으로 이어진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행복마을 안심카페’ 앞에는 ‘영원한 것이 아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라고 적혀 있다.

늦게 피란온 사람은 아미동 비석마을로 갔다. 그곳은 일제시대 일본인 사망자들의 공동묘지였다. 묘지 석대 위해 집을 올린 피란민들은 식사때 정한수 한사발 떠놓고 영령을 위로한 뒤 밥을 먹었다.

“그땐 그랬지. 힘겨웠기에 더 힘을 냈었지.”

감천 문화마을

이후 대한민국 재건에 성공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사람들은 2000년대 들어 전쟁을 ‘추억’으로 회상하기 시작했다. 삼복도로 일대는 원도심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감천동은 감천 문화마을로, 아미동 꼭대기는 비석문화마을로 변신했다.

크나 큰 상처를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게 되면서, 이곳은 ‘다크 노스탤지어(Dark Nostalgia)’ 여행지가 된 것이다. 평화는 이곳을 더욱 빛나게 한다.

부산관광공사는 1023일간 피란수도 부산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8곳을 11월 ‘추천! 이달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평화의 기류가 한반도에 불어오는 때여서 매우 적절한 여행지 추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 피란수도 임시중앙청
피란민들의 희망일터 부산항

부산관광공사의 추천관광지 8개소는 유네스코 잠정등재목록으로 ▷임시중앙청(현. 동아대 석당박물관) ▷경무대(현. 임시수도기념관)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기상관측소) ▷미국대사관 미국공보원(현. 부산근대역사관) ▷피란민들의 희망 일터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현. 부산시민공원) ▷유엔지상군사령부(현. 부경대 워커하우스) ▷유엔묘지(현. 유엔공원)이다. 모두 부산 원도심 일대에 있다.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로서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 부산의 피란수도 시절 유산 8곳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그 중에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임시수도기념관은 대통령 서재, 응접실, 식탁 등 당시의 유물이 그대고 전시되어 있고, 당시 삶의 현장들을 재현한 작품들이 잘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세계유일의 유엔군 성지, 부산 유엔묘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성지인 유엔기념공원, 부산시민공원 등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하고 배워 볼 수 있는 공간이자, 가을날 나들이가기 좋은 장소들이다. 문화와 단풍, 서민의 체취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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