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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으로 도란도란 들려주는…한국 24개 명산이 품은 역사
40년 가까이 언론사 사진기자로 활동해온 정정현씨의 현장은 ‘산’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산을 그는 오르내렸다. 그동안 수많은 산이 그의 피사체로 빛났지만 그는 못내 아쉬웠다. 사진에 담아내지 못한, 산이 품고 있는 오랜 이야기들이 그의 손길을 붙잡았다.

이 책은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으로 유명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이 우정을 나눈 인왕산 부터 다산 정약용의 소박한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남양주 운길산, 퇴계 이황이 사랑한 봉화 청량산 등 전국 24개 명산에 얽힌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준다.

겸재의 걸작으로 꼽히는 ‘인왕재색도’는 죽음을 앞둔 친우를 위해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지은이는 비온 뒤 겸재가 바라봤을 인왕산의 지점을 찾아가는가하면, 발길 대로 자세히 설명을 곁들여 유용한 산행길 정보를 제공한다.

신라가 망하자 금강산으로 들어가 삼베옷을 입고 풀을 뜯어먹었다는 마의태자의 ‘삼국사기’이야기는 역사서에 딱 한 번 나오지만 그 애잔한 설화는 충주 월악산 하늘재를 통해 오래 전해져 내려온다. 마의 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넘었던 하늘재는 525m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 왕이 북진을 위해 연 길이다. 마의태자는 월악산의 신령스런 영봉이 바라다 보이는 기슭에서 몇 해를 머물다 원주, 홍천, 인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갔다.

이 책이 주는 큰 즐거움은 열 마디 말이 필요없는 장쾌한 사진들이다. 정유재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지켜낸 창녕 화왕산성의 긴 허리를 한데 잡아내거나 퇴계가 마음 속 이상향으로 생각한, 단풍으로 함뿍 물든 청량산, 산 아래 운해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지리산 천왕봉의 해돋이, 도솔천에 가득 피어난 억만송이 꽃무릇은 오래 시선을 빼앗는다. 책에서 저마다의 산이 지닌 백 가지 색향을 맡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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