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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현대발레’의 개척자 지리 킬리안… 현악기 줄을 튕기듯 몸은 울림이 되고
NDT1 공연 장면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갈채를 받고 있는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Nederlands Dans Theater1, 이하 NDT1)’이 16년 만에 내한하여 무용계가 떠들썩했다. 지난 19~21일, 예술의전당 30주년을 맞아 초청된 NDT1 공연 당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수많은 국내 무용인들과 춤 애호가들로 가득한 가운데 팸플릿이 일찍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NDT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용수들의 놀라운 기량보다도 발레와 현대무용의 결합으로 독특한 춤 스타일을 만들어낸 ‘지리 킬리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발레나 현대무용이 아닌 ‘현대발레’라는 또 다른 장르를 개척했고, 자신만의 뚜렷한 춤 스타일을 가미시켜 NDT를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끌어올렸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무용계에 영향을 주며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고 있다. 이번 내한이 그토록 기다려졌던 이유는, 현 예술감독인 폴 라이트풋과 솔 레옹이 지리 킬리안의 지난 공적(功績)에 이어 NDT를 어떻게 변화, 발전시키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NDT1는 세 개의 작품 ‘세이프 애즈 하우스(Safe as Houses)’, ‘워크 더 데몬(Walk the Demonㆍ객원안무가 마르코 괴케 안무)’, ‘스탑 모션(Stop-Motion)’을 무대에 올렸다.

지리 킬리안이 오랜 시간 다져놓은 NDT의 움직임 특징은 절충이다. 발레의 기법을 손상시키지 않은 채 현대무용의 절충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춤 동작의 원리는 현대무용과 발레 모두를 담아낸다. 하체는 발레를 상체는 현대무용을 구사하고 있는 것. 이번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발레의 기본기를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척추의 자유로운 분절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짱짱함을 잃지 않은 움직임을 선보였는데, 그 역사와 명성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현대발레의 기량을 보여줬다.

발가락 끝부터 정교하게 내딛는 발의 모습하며, 허벅지의 턴 인과 턴 아웃을 명확하게 하며 다리동작의 궤도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줬다. 동시에 상체는 손끝을 쭉 뻗어 신체의 가장 긴 선을 만들었다가도 현대무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을 반쯤 구부려 응축시킨 모습과 척추를 사용하여 동작을 변화해 나가는 형식으로 몸의 곡선미를 만들고, 겨드랑이와 팔꿈치를 사용하여 팔을 빠르고 자유롭게 선회했다. 그렇게 상체와 하체 동작의 이음새가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마치 잘 조율된 현악기의 현이 튕겨지듯 매우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공연 내내 유려하고 매혹적인 동작의 향연을 펼쳤다.

상징적 이미지로 전달되는 메시지와 음악의 조화는 그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 ‘스탑 모션’은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막스 리히터의 음악의 힘이 더해지면서 관객을 매료시켰다. 과거 지리 킬리안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뚜렷한 서정성을 지니면서 감성을 자극한다.

고요하게 시작된 이 작품은 흘러가는 시간들, 겹겹이 쌓여가는 그 시간과 함께 이별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줬다. 무대 앞 허공에 유령처럼 커다랗게 나타나는 영상 속 관조의 여인 그리고 무대 바닥에 깔려있던 하얀 가루들이 무용수들의 동작에 의해 공중에 흩날린다. 안개 속에 보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무게감과 서정성을 유지한 채 요란스럽지 않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데, 마치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본 듯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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