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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건선이여, 안녕’을 위한 전제조건
지난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IFPA)이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었다. 올해 주제는 ‘건선 제대로 치료하세요(Treat Psoriasis Seriously)’로, 건선에 대한 이해도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건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지난해 기준 16만8000여명이다. 그러나 관련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건선 발병률을 0.3~1% 내외, 실제 환자 수를 약 1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85%는 건선을 아토피 피부염, 한포진 등 다른 피부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민간 요법 등에 의존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선은 몸 속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만성 재발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병변의 경계가 분명하며, 각질이 겹겹이 쌓이고 붉은 반점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건선은 전염되지 않는 질환이다. 하지만 하얗게 날리는 각질, 발진 등 증상으로 환자들은 수영장, 대중탕 등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받거나 직장, 결혼, 연애 등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실제로 전 세계 건선 환자 8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환자의 84%는 건선으로 인한 차별과 굴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중요한 것은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건선 치료를 받아야 증상 악화를 막고 건선성 관절염, 심장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동반 질환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선 치료는 가장 빠르게 발전을 거듭해 온 의학 분야 중 하나로, 최근의 치료제로는 이전까지 치료를 포기했었던 중등도 이상 건선 환자도 병변이 거의 없는 피부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출시돼 건선을 유발하는 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터류킨-17A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중증의 환자에게 거의 깨끗한 피부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완화 뿐만 아니라 5년 이상의 장기 데이터,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까지 넓은 적응증을 보유하거나, 주사 부위 부작용을 낮추는 등 치료제 특성도 달라 전반적으로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지난해부터는 중증 건선이 희귀 난치성 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돼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는 환자부담금 10% 만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건선 환자가 산정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 경험으로 효과가 없는 것을 알더라도 충분한 기간 동안 전신 치료제나 광선 치료 등의 치료 과정을 다시 반복해 효과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건선 증상이 두피, 손발톱 등 노출 부위에 나타나 환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주더라도 증상이 전체 체표 면적의 10% 이상 침범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다소 안타깝다.

최근 현장에서 건선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됐음을 느낀다. 높아진 환자의 인지도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진단받아 깨끗한 피부로 일상을 되찾고 싶은 환자의 의지 수준에 맞춰 환자를 지원하는 제도 역시 조금 더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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