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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에 던지는 질문…에코의 마지막 소설
신학에서부터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던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출간됐다. 2016년 타계한 에코의 이 소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의 난장, 뚜렷한 방향 없는 말초적인 정보 공세 등 에코는 저널리즘의 편집증을 망라해 보여준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가 소설의 배경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다.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내일)’의 부름을 받는다. 그는 신문사 주필의 대필작가로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의 제작 과정에 투입돼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그간의 역사를 기록한다. 주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로를 담은 책 한권을 준비하는데 거기에 투입된 것이다. 현장에 자금을 대는 이는 ‘콤맨다토르 비메르카테’로 알려진 재력가. 큰 신문을 이끄는 엘리트의 세계를 장악함으로써 정재계 거물급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한다. ‘도마니’는 한마디로 세력 확장을 위한 협박용 언론으로 창간 예비 판에 사회 거물들을 궁지로 몰 만한 정보를 흘려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게 목적이다. 창간 작업 중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마피아 등이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가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가짜뉴스와 언론인 살해사건 등 지금 현실과 겹쳐 읽히는 대목이 많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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