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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을 또 다시 관치의 수렁에 빠뜨릴 셈인가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관련한 정부 개입설이 흘러나온다. 설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주로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할 당시만해도 원론적인 의미로 해석됐다. 회장직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일이니 “금융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잘 결정해야 한다”는 덕담 정도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회장의 겸임이나 분리 모두 장점이 있는데 우리은행은 은행 비중이 90%가 넘어 처음부터 분리하는 게 맞는지, 겸직한다면 언제까지여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급기야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대주주로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 2016년말 우리은행의 민영화 당시 완전한 자율경영을 약속했던 금융당국이 스스로의 약속을 접고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의 핵심은 은행장의 회장 겸임 여부다. 우리금융은 여전히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새 조직 출범 후 안정화가 급선무다. 4대 금융지주라고해도 아직은 신한이나 국민, 하나와 비교할만한 사이즈가 아니다. 한국씨티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등 괜스레 금융지주 회장 앉혔다가 은행에 도로 흡수합병시킨 사례도 있다.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인물이 꼭 별도로 필요한 건 아니다. 은행장을 겸직하는 제왕적 회장에 부정적이라지만 은행장 인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게 지주 회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에대한 관심’으로 표현하지만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손태승 은행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하면 얘기는 간단하다. 그간의 경영성적으로 보아 자격도 충분하다. 겸직을 하든 은행장을 새로 선임하든 현재의 안정성이 당분간 유지된다. 초기 겸직과 조직 안정화 이후 은행장을 분리해도 늦지않다. 노조도 그걸 바란다. 하지만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새롭게 영입되면 손 행장이 현직을 계속 수행하기는 어렵다. 손 회장, 외부 영입 은행장은 더 이상하다. 안될 것은 없지만 모양은 이상스럽다. 이상스런 모양새는 필연적으로 이견과 힘겨루기를 부른다.

금융당국이 그걸 모를리 없다. KB금융지주의 사례도 있다. 관치금융으로의 회귀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자충수를 또 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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