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모의 전설?’..속초 중앙초교 총동문회가 특별한 까닭은
-21일 학교 운동장서 총동문회 체육대회 열어
-영화 라디오스타처럼 ‘그들만의 특별한 동창회’.. 장학금 전달

[헤럴드경제(속초)=박정규 기자] 1970년대 7월초. 강원 속초시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이 전 교생을 모아놓고 엄숙히(?)조회를 하고있었다.

여름 햇살이 제법 따가운 이날 오전 갑자기 한 한생이 ‘연모다’라고 소리쳤다. 아이들이 우왕좌왕했다. 선생님들도 당황했다. 교장선생님 조회를 뒤로한채 학생들은 폭탄떨어진 전쟁터처럼 교실속으로 줄행랑을 쳐야만했다.  아수라장이다. 속초 중앙초등학교 50∼60대 동문들의 ‘연모의 전설’ 기억 한부분이다. 연모는 멧돼지나 짐승이 출몰해 붙혀진 동물 이름이 아니다. 사람이지만 출처는 불문명하다,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20대 청년으로 기억됐던 연모는 낫이나 돌멩이를 들고 때때로 중앙초교 공설운동장 본부석에서 시작해 언덕아래로 ‘무쏘의 뿔’처럼 전력 질주하고 공격했다. 당시 어린 학생들에게 연모는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료사진=속초 중앙초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하지만 이젠 연모가 그립다. 그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속초 중앙초교를 졸업한 50∼60대 동창들은 그를 또렸이 기억한다. 오히려 서울에서 중앙초등학교 동문 여부를 확인할때 “연모 아세요”라고 말하면 빙그레 웃으면서 동질감을 느낀다.

속초 중앙초등학교 총동문회가 오는 21일 오전 11시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학교 역사는 56년이 됐다. 총동문회 체육대회는 올해가 12회째다. 

이날 체육대회는 청군ㆍ백군 2개팀으로 나눠 홀수 기수, 짝수 기수가 격돌한다. 20일은 이들의 기수별 전야제다. 매년 300여명의 동문들이 참가한다. 이날 장학금도 학교측에 전달한다.

엄세웅 총동문회 사무2처장(23회)는 “고향에서 친구 선후배를 만나 안부도 묻고, 실컷 웃고, 힐링하면 소중한 아름다운 추억의 한페이지를 가슴에 담을수있다”며 “힐링 총동문회에 많은 참석을 바란다”고 했다.

동문들은 이 동문회에 참석하기위해 하루 먼저 속초에 도착해 단풍구경도 하고 그리운 친구, 선배 , 후배들을 만나 소주 한잔을 기울인다.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흐릿한 기억속의 옛날 친구이지만 기수별 ‘족보’를 통해 금세 친해진다

검은 세단차고 나타나 은근히 고가 외제 자동차를 과시하고, 갑자기 해외 바이어한테 전화를 걸어 영어로 통화하고, 비서한테 전화해 스케즐을 확인하고, 내가 제일 잘 나간다고 과시하는 ‘허세작렬’ 친구도 없다. 한적한 시골 운동장에서 힐링하고, 친구와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선ㆍ후배 친구들의 건강을 챙긴다.

힐링토크는 중앙초등학교의 최대 강점이다. 주로 자식얘기다. 무슨대학을 갔는지, 직업은 뭔지, 얼마버는지도 얘기거리다. 딸 남자 친구도 자랑도 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에게 자식 취직도 은근히 부탁도 해본다.

이들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옛날 친구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시즌1’을 중간정리하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고향을 지켜오거나 고향이 그리워 찾아오는 이들에겐 ‘연어의 본능’이 있다. 

이들의 얼굴에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깊게 파인 주름살이 세월을 말해주고있다. 속초 중앙초교 동창회는 혼자여도, 여럿이 있어도 삶의 시즌 2를 살아가고 싶은 동창들 에겐 '라디오스타' 같은 시끌벅적한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그들만의 진솔하고 특별한 동문회는 늦가을 단풍을 자랑하는 속초에서 21일  펼쳐진다.

fob14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