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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객 안전 지킴이’ 경찰 산악구조대를 아시나요
지난 14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에서 경찰산악구조대를 만났다. 최경락 경위가 지도를 보며 산악구조 활동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바위모양만 알려줘도 바로 출동”
출근할 때도 구조 방법 등 구상
생긴지 30년…시민들 낯설어해


도봉산 해발 550m에는 바위 타는 경찰이 있다. 이들은 10㎏의 배낭과 들것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락 내리고, 등산로가 아닌 구역까지 들어가 주위를 샅샅이 살핀다. 다친 등산객을 발견하면 응급조치를 하기도 하고, 싸움이 발생하면 투입돼 제지에 나서기도 한다. 등산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경찰 산악구조대 얘기다.

경찰의 날(21일) 을 맞아 이색 경찰을 만나기 위해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산국립공원을 찾았다. 경찰 산악구조대는 입구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기자에게 산악구조대 경력 10년차 최경락(53) 도봉산 경찰 산악구조대 경위 “신속하게 구조 활동을 하려면 입구가 아니라 산중턱에 있어야 한다”면서 “매일 1시간씩 등산하면서 출근한다”고 웃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경찰 산악구조대는 낯설지만 생긴지 30년이 지났다. 산악구조대는 1983년 4월 한국대학생 산악연맹 소속 학생들이 암벽 등반을 하다가 조난을 당해 7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5월 생겼다. 등산객 구조, 범죄 예방, 산악 순찰, 등산로 안전시설물 점건 등 등산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도봉산ㆍ북한산 두 곳에 있다.

산악구조대가 되려면 경찰 중에서도 산행에 능숙해야 함은 물론 특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최 경위 역시 암벽 자격증, 산악안전법 강사 자격증, 응급처지 강자자격증을 갖고 있고 한국 등산학교와 국립공원 등산학교를 수료했다.

그에게 산은 ‘일터’다. 여유롭게 맑은 공기를 만끽하거나 산책할 겨를이 없다. 거대한 산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그만큼 추적도 어렵기 때문에 늘 산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바위 모양, 나무 모양 하나하나 그에게는 소중한 공부거리다. 최 경위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인데, 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당황스러워서 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대충 바위모양, 숲의 생김새만 말해도 곧바로 갈 수 있도록 늘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10년을 구조를 떠올리며 산을 오른 결과 지금 최 경위의 머릿속에는 산의 구석구석을 담은 입체적인 지도가 있다. 바위 모양 하나만 말해도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정도다. 체력 훈련은 필수다. 일반 평지가 아닌 산 위에서 누군가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몇 배로 더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는 등산객들이 적은 평일에는 대원들과 함께 구조장비와 가방, 들 것 등을 들고 훈련을 한다.

산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 중에서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망사고다. 이달 초에도 도봉산 선인봉에서 하강을 하던 한 부장검사가 50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일이 있었다. 당시 최 경위는 현장에 출동해 수차례의 인공호흡을 하며 긴급 구조를 했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사무실에 내려와서 끝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때마다 다시 산을 오르면서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게 구조할 수 있을까 집중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산 중턱에서의 생활이 외롭진 않을까. 그는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이찾아와 고맙다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때는 힘든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에서 좋은 일을 하니 신기한 일도 일어난다”면서 한 일화를 소개했다.

“약 4년전 도봉산에 만월암이라는 암좌 부근에서 한 대원이 내 바로 뒤에서 추락한 적이 있다. 그 곳은 정확히 1년 전 등산객이 떨어져 죽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떨어지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는데 대원은 뼈 골절만 있을 뿐 멀쩡했다. 좋은 일을 해서, 하늘이 봐준 것 같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산악구조대의 마음도 바빠졌다. 1년 중 100건 가까이 신고가 들어오는데 이중 20%를 차지하는 추락사고가 등산객이 많은 봄 가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등산객들에게 “산에서의 사고는 자만하는 순간 벌어진다. 그래서 산을 잘 탄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다친다”면서 “정해진 등산로로만 등산하고 절대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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