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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경쟁력 ‘특급도우미’ 슈퍼컴퓨터] 제품설계~시뮬레이션…슈퍼컴, 산업 전반을 누비다
KISTI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은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활용돼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준다. KISTI가 운용중인 슈퍼컴퓨터. [제공=KISTI]
슈퍼컴퓨터는 연구개발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첨단 연구장비다.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과학기술 개발은 물론,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기초연구 강화와 함께 국가적 위기 상황을 예측, 방지할 수 있으며 제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의학이나 영화 제작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지원사례를 집중 조명,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계획이다. [편집자 註] 

자동차·전자·바이오·新에너지…
디자인·제작·실험 등 개발 활동
가상 환경서 탁월하게 수행
비용·시간절감 장점 위상 제고

선진 제조강국들 아낌없는 지원
한국도 중소기업서 활발한 활용
4차 산업혁명 위한 장기방안 필요


슈퍼컴퓨터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 거대기초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들어서는 자동차, 전자,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의 활용도 역시 커지고 있다. 제품 설계와 시제품 제작, 성능시험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슈퍼컴퓨터의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우수한 성능의 제품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odeling & Simulation, M&S) 기술은 디자인부터 설계, 제작 및 실험 등 제품개발 단계의 주요 활동을 가상의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어 제품개발 비용 및 시간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제품개발의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쉽게 말해 M&S란 가상의 공간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제품의 성능 및 품질과 관련된 물리적인 현상을 사전에 미리 검증,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김호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가상설계센터장은 “자동차의 경우 신차를 출고하기 전에 자동차 충돌시험을 진행하고 시험 1회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고가의 시험이 신차 출시마다 수십회에 걸쳐 진행된다”면서 “이러한 시험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가상환경에서 테스트를 수행해 실물 시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 제조강국들은 고성능컴퓨팅 기반 M&S의 산업적 활용 확대를 위한 국가적 지원체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팅센터로 평가되는 미국 국립슈퍼컴퓨팅응용센터(NCSA)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퍼컴퓨팅센터(HLRS)는 각각 슈퍼컴퓨팅 자원의 30%와 90% 이상을 산업체에 할애한다. 이들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것은 바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M&S)이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중소 제조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고성능 컴퓨팅을 지원하는 ‘NDEMC’로 잘 알려진 민ㆍ관 협력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기업의 57.3%가 M&S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M&S를 수행하는 기업은 26.9%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도 유럽 전역의 연구진과 기관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 환경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유럽 각국에 산재돼 있는 슈퍼컴퓨팅 환경을 통합하고 최종적으로 범유럽 슈퍼컴퓨팅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25개 국가가 참여하는 ‘PRACE’를 설립했다. PRACE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에어버스사의 항공기 풍동실험 비용을 20% 절감하고, 원유 시추 비용을 8000만달러 줄였으며, 헬리콥터 엔진설계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독일 고성능슈퍼컴퓨터센터(HLRS)는 독일 내 중소기업은 물론 포르쉐, 아우디,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동차 주변의 공기흐름을 가상현실로 재현해 포르쉐의 신형 박스터, BMW 미니, 아우디 A8 등 세계적 명차 탄생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에서도 슈퍼컴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KISTI 가상설계센터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제품설계를 종합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슈퍼컴퓨팅 기술과 가시화,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제품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설계 단계를 가상화함으로써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김호윤 센터장은 “국내 제조업 비중은 GDP 기준 32%에 달하지만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M&S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함께 기획 설계 단계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제조 가치사슬 전반에 적용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신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이 각각 42%(7.5개월)%, 53%(2억1000만원)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원받은 기업들의 매출 증대율은 452%, 12억원 달했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 양질의 제품을 기존 대비 절반 정도의 시간과 비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슈퍼컴퓨터 지원을 통한 가시적 성과 도출과 협업환경 마련을 통해 1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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