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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공유경제 불모지’ 오명 씻을까
[연합]
- 차량공유·숙박공유 줄줄이 좌절…O2O 스타트업 “거의 범법자 취급”
- 스타트업 대표들 “투자 유치보다 제도 연구에 골머리”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한국 공무원, 국회의원, 이익단체 사람들도 외국 여행이나 출장 갈 때 우버하고 에어비앤비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잖아요. 근데 왜 한국에서는 이런 거를 못하게 하나요. 정말 아이러니하죠.”

18일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익명을 요구한 승차공유 스타트업 대표는 말했다.

한국이 ‘공유경제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동남아보다 못하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최근 포럼 출범 2주년 행사에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세계적인 승차공유 플랫폼인 ‘우버’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과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철수한 뒤 승차공유 서비스는 한국에서 줄줄이 좌절됐다. 

[연합]

반면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는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조원)으로 성장하며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동남아 시장을 제패하고 이제는 인공지능 차 연구 등을 선도하고 있다.

문제는 승차공유뿐 아니라 O2O(Offline to Online)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이 한국에서는 규제에 쫓기고 있다는 점이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호텔체인 힐튼그룹보다 기업가치가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2015년 검찰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를 빌려준 주부를 기소했고 법원은 벌금을 선고했다. 이후 한국에서 숙박공유 사업모델에 대한 열기는 급격하게 식었다.

현재 성공하는 듯 보이는 스타트업들도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에 IT 기술을 접목시키며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유력하게 평가받는 ‘링크샵스’ 서경미 대표는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규제 때문에 발목을 잡혀 회사 존폐 위기가 온다”고 했다.

이어 “음지였던 동대문 시장을 온라인 영역으로 끌고 나오다 보니 법과 배치되는 여러 문제가 있었고, 정부 부처에 답변을 요구해도 안 오는 경우가 많아 불안한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실제로 링크샵스는 몸에 닿는 모든 생활용품에 대해 하나하나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스타트업들은 기업경영, 투자유치 등의 활동보다는 법과 제도에 대한 연구로 골머리를 앓는다.

기존 인력시장에 의존하던 가사도우미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대리주부’는 ‘직업소개업’ 카테고리로 사업을 등록해 성장했다.

‘세탁기 이후 최고의 가사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리주부는 사업모델을 고도화했다. 가사도우미들을 직접 고용, 교육을 책임지며 직원들의 복지 수준 향상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이 경우 ‘인력파견업’으로 직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정훈 대리주부 대표는 “파견업의 경우 가정으로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왜 그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결국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직접 고용 사업모델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스타트업 대표들은 O2O 플랫폼 산업의 법적근거, 산업분류, 조세체계 등 제반 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포 관계자는 “O2O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생을 위해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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