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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유치원 파장 일파만파] 원장가족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 챙겨…폭로 교사들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제가 근무했던 유치원은 대체 왜 비리 명단에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봉 급여 외에는 단 10원도 부당하게 가져가지 않았는데 비리유치원 교사가 되어있네요.”

일파만파로 번진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긴급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전현직 유치원교사들이 지적하는 비리는 회계ㆍ감사 측면 뿐만이 아니라 교사 처우와도 관련돼 있다. 전직유치원교사 A(34) 씨는 “아이들에겐 부실한 과일 한쪽을 간식으로 주는 동안 교사들 역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건비를 아끼려 정식 교사 대신 아르바이트 보조인력을 채용한 후 메인 업무를 맡기는 곳이 허다하다. 주휴수당도 언감생심이다. 절감한 인건비는 유치원 운영에 보태거나 원비를 낮추는 데 쓰이지 않고 그대로 원장 주머니에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현장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한 비리처럼 비춰지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어린이집 교사 처우와 관련된 비리항목 역시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비리 유치원 논란이 확대되면서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및제안 게시판에도 비리척결을 통해 교사들의 처우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출산한 교사가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면, 줬던 월급의 일부를 다시 뱉어내라고 한다”며 일명 ‘페이백’으로 불리는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지적했다. 이어 “사립원장들은 담합으로 정한 호봉표를 바탕으로 교사들 월급도 최대한 낮게 지불하면서도 인건비 핑계를 댄다”며 “능력있는 경력교사는 인건비가 높아 오히려 꺼리는 행태는 교육자가 아닌 이익만 쫓는 사업가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경력이 짧은 보조교사 위주로 채용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열악한 처우로 상대하다보면 아이 한명 한명에게 쏟을 수 있는 관심과 애정 역시 줄어들지 않겠냐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회계 감사를 피하기 쉬운 가족경영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온다.

가족을 채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름만 올려놓고 제대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받아가면 이는 중대한 문제다. 지난 7월 강서구 사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11개월 영아 질식사 사건에서도 유치원 가족채용 사실과 보조금 부정수급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교사는 원장의 쌍둥의 동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조만간 가족 경영 어린이집 등을 포함해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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