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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유치원 파장]부실급식ㆍ위생비리 폭로했더니 유치원이 역고소…‘내부고발자 보호 시급’
10년 간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최선미(가명) 씨는 유치원 비리에 대해서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고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소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급식비리ㆍ학대 등 ‘내부고발’ 유치원 교사의 눈물
-명예훼손 고소에 해고까지…‘못본척 해야 하는 상황’
-“유치원 개혁 위해서는 내부고발 교사들 보호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10년 간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최선미(41ㆍ가명) 씨는 유치원 급식 비리, 근무 태만, 아동학대 등을 고발한 내부고발자였다. 내 아이가 이런 곳에서 유치원을 다녀선 안된다는 생각 하나로 정 씨는 용기를 내 커뮤니티에 폭로 글을 올리고 담당 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한 유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다른 곳에선 해고를 당했다.

그는 최근 비리유치원 파장으로 유치원 교사들이 내부 비리를 폭로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 내부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유치원 교사지만, 고용인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유치원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급식, 위생 엉망…‘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지난해 2월 최 씨는 서울의 한 유명 유치원에서 나온 급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달 12만원, 한끼에 6000원짜리 급식에서 부침개 한 장, 깍두기와 단무지, 과일 몇 조각이 올라왔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권장 영양소와 칼로리에 맞춰 급식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유치원에선 남은 밥은 버리지 못하게 하고 냉동고에 얼려 보관하고 있다가 아이가 밥을 찾으면 해동했다. 원생들 우유 먹을 때 사용한 컵에 물때가 찌들어있었고, 싱크대 뚜껑은 곰팡이가 슬어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한 반의 아이들 절반 가량이 원인 모를 피부병에 시달렸고 해당 교사도 피부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최상위 일등업체에서 급식을 납품 받는다’, ‘유명 식재료 업체에서 유기농을 쓰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러한 급식을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최 씨는 침묵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최 씨의 폭로로 해당 유치원의 급식 위생실태와 비리가 알려졌고 원장과 관리자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몇 달 뒤 최 씨는 유치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지난 9월 초 마침내 최 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불기소이유통지서에서 “학부모들이 급 업체 방문하고 ‘냉동 밥과 썩은 기름 조미료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났다’는 반응을 보였고, 급식 업체의 창고와 냉장고에는 기본적인 고기와 야채도 없었으며 오염된 조리기구와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가 확인된 점 등을 볼 때 최 씨의 글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이익을 위한 목적에서 게시한 것으로 비방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치원 교사 생활 10년, 내 아이를 보낼 유치원은 몇 없었다”= 그동안 최 씨는 유치원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 번 내부고발을 해왔지만 모두 순탄치 않았다. 원장의 근무태만을 수 차례 목격하고 해당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조사 권한이 없다”는 혹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했다. 구청에 교사의 아동학대를 신고했더니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함께 일했던 교사들은 유치원에서 잘릴 게 두려워 침묵했고,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명예를 걱정하며 오히려 유치원을 감쌌다.

최 씨는 이번 비리 유치원 파문이 유치원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을 위해서는 일단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 교사들의 내부 고발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내부고발을 하면 고소를 당하거나 해고 위험에 처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동안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내 아이를 보낼 정도로 괜찮은 유치원은 몇 군데 없었다. 이번 기회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유치원 업계가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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